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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76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누르하치는 물론이고 일패공주의 안면에 가득 의혹이 떠올랐다.

틀렸다고?”

황송하옵니다만 그것은 칸의 속단이었다고 감히 말씀 올리겠나이다.”

누르하치의 조그마한 눈빛에서 섬광이 일렁거렸다.

좋다. 너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들어 보겠다. 목숨을 연장하고자 거짓을 발설한다면 단순히 수급을 베는 것이 아니라 팽형(烹刑)을 집행하여 그 육신을 새들의 먹이로 뿌리게 될 것이다.”

팽형이란 형벌은 글자 그대로 살아있는 사람을 끓는 물에 삶아 죽인다는 것이니 극단의 극형이라 할 수 있었다. 일패공주는 일신을 부르르 경련했다. 누르하치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번복되는 일이 없다. 그것은 칸의 절대적인 권위였다.

, 부디......!’

일패공주는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김충선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달려 있지 않은가. 그러나 김충선은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누르하치를 향해 말했다.

소신은 감히 엎드려 칸에게 용서를 빌고자 달려왔습니다.”

용서라니?”

김충선이 그 자리에 부복하였다.

소신이 목숨을 걸고 아뢰옵니다. 소신이 조선 땅에 들어와 일패공주마마를 뵙고 사모와 흠모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으며, 그 간절함이 대지를 누비고도 남았나이다. 미흡한 장부의 정리가 강과 바다의 격렬함이 되어 넘쳐흘러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니, 부디 칸에게 용서를 빌고 구원을 청하옵나이다.”

김충선은 장구한 문구를 사용하며 설명했으나 누르하치는 간단하게 받아 넘겼다.

뭐야? 청혼을 하러 왔어?”

김충선이 고개를 들었다.

예물로 명나라를 도모하겠나이다.”

누르하치의 눈매가, 그 작은 눈매가 마치 초승달처럼 가늘게 좁아졌다. 하지만 거기서 뿜어지는 안광은 바위라도 뚫을 듯이 강렬했다.

내 딸은 그 만한 가치가 있지.”

일패공주는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조마조마한 심사를 가누지 못하였다. 설마 김충선에게서 그런 엉뚱한 이야기가 튀어 나오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누르하치의 반응 또한 의외였다. 그들은 마치 죽이 아주 잘 맞는 군신인 냥 대화를 이어 나갔다.

소신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인물이 될 것이옵니다.”

너 또한 그 정도의 가치는 있어 보인다.”

황공하옵니다.”

그런데 예단에 조선은 덤으로 어떠하냐?”

조선은 그 뿌리가 고려이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이었고, 그 이전의 삼한은 한반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옵니다. 그들은 절대 외세에 지배당하고 살 수 있는 민족이 아니옵고 어떤 혹독한 고난과 시련도 능히 견디는 천신(天神)의 족속입니다.”

그것은 개 같은 소리다. 조선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수작들이지. 그들은 약간 다른 체질을 지니고 있는 민족이다.”

그것은 아니옵니다.”

김충선은 이번에 누르하치의 견해를 부정하고 나섰다.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