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가람 기자] 자연의 시계는 역시 정확하다. 한치의 착오도 용납하지 않는다. 추분이 지나면서 천지에 가을이 진한 냄새로 가득 찼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에도 어느덧 가을 햇살이 나비의 날개처럼 살며시 내려앉고 있다. 지리산이 아름다운 것은 지리산의 둘레길이 있어서 이다. 지리산 둘레길 남원구간은 민초들의 삶의 애환이 가득 녹아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과 바위, 나무와 들풀이 탐방객들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만나는 독특한 지명은 탐방객들의 지친 몸을 쉬어가게 한다. 특히, 인월~금계를 잇는 지리산둘레길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3구간에서 자연과 가을을 만끽하며 몸과 마음을 힐링해 보자. 길은 걷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은 인월~금계를 잇는 19.3km로 예상시간은 약 8시간이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심해 가족이나 연인에게는 힘든 코스이다. 그러나 길이 어려운 만큼 흔치 않는 비경이 많아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자랑거리도 많다. 3일과 8일 마다 열리는 인월 전통시장은 전국 5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활기가 넘친다. 인월전통시장은 인월, 아영, 산내, 운봉과 이웃사촌 함양 주민 등 3,5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장날이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정겨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월장은 지리산 기슭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약초와 농산물이 가득하다. 근래에는 주말마다 주말장터를 운영해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월을 출발해 인월교~ 중군마을까지는 경사가 없는 강변을 따라 걷는 둑방길이다. 그러나 중군마을에 들어서면 가파른 언덕과 임도가 기다린다. 임도길 중간지점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우측으로는 수성대를 오르고, 좌측으로는 강변을 조망하면서 천천히 오르는 길이다. 두 곳 모두 장점이 있다. 수성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확트인 조망에 숲이 우거져 매우 상쾌하다. 수성대를 거쳐 내려서면 장항마을의 서낭당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400살로 알려진 이 소나무는 자태가 늠름할 뿐만 아니라 천왕봉을 배경으로 서 있어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항마을 저편에는 다랭이 논으로 유명한 상황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다랭이 논은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일구려 산비탈을 깎아 돌을 쌓아 올려 계단식으로 만든 논이다. 그 많은 무거운 돌을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 선조들의 고초와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을 보고 있으면 푸짐하고 넉넉한 마음이 가득하다. 다랭이 논 하단부는 이미 벼를 수확해 하고 겨울 잠에 들어갔다. 내년 봄이면 어김없이 푸른 벼이삭이 누가 키가 큰지 경쟁을 하듯 자랄 것이다. 논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밤나무는 밤송이마다 입을 벌려 탐방객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