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엄마는 성질을 내며 엄마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수빈이를 돌보아 주려고 수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수빈이네 집으로 오셨거든요. 하지만 이사를 오신 것은 아닙니다. 토요일 오후에는 외할머니 집으로 가셨다가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오십니다. 오늘은 토요일도 아닌데 왜 할머니 집으로 가셨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외할머니는 늦은 밤이 되어서 오셨습니다. 엄마는 잘못한 수빈이를 나무라듯 외할머니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아침에 시장 좀 보아다 놓으라고 했잖아요. 말도 없이 집에는 왜 가셨어요?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가뜩이나 회사에서 일이 있어서 늦게 왔는데. 엄마는 따발총같이 외할머니에게 마구 따졌습니다. 외할머니께서도 성이난 목소리로 엄마에게 따졌습니다. 너는 수빈이 생일만 생각하고 엄마 생일은 꿈에도 생각 안했지? 엄마생신은 아직 멀었잖아요?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짜랑짜랑한 엄마 목소리가 집안에 가득 퍼졌습니다. 너 내 방에 가서 달력이나 보고 와서 큰소리를 쳐도 치거라. 조용조용하게 따지시는 외할머니 목소리는 얼음덩어리보다 더 차갑게 들렸습니다. 외할머니 방에는 숫자가 왕방울만한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엄마는 식탁 위에 돈을 올려놓고 수빈이 손목을 잡아끌었습니다. 그래봐야 대문 앞에서 바로 헤어지는데 말입니다. 엄마는 급하게 자동차 문을 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우리 딸, 학교에서 한 눈 팔지 말고 공부 잘해. 알았어요, 일찍 와야 돼요. 내 생일파티 멋지게 열어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수빈이는 생일날도 공부 잘하라는 엄마가 조금 미웠습니다. 수빈이 머릿속은 온통 생일파티뿐이거든요. 학교에서도 마지막 수업종이 언제 울리나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수빈이는 자기가 만든 초대장을 친구들에게 주었습니다. 초대장에는 학교운동장 미끄럼틀 앞에서 3시에 만나자고 썼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3층에 있는 교실에서 운동장 미끄럼틀 앞이 아득히 멀게 느껴집니다. 화다닥, 총총총 계단을 내려와 미끄럼틀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민지, 정미, 수정이, 다연이 등 생일파티에 초대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습니다. 개구쟁이 짝꿍 준서 까지 모두 다 모였습니다. 수빈이는 하늘을 날아 갈 듯,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 그림 김설아(동신중 1학년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외할머니께서 세 번은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수빈이입니다. 그런 수빈이가 오늘 아침은 새벽부터 동당거립니다. 오늘은 수빈의 일곱 번째 생일이거든요. 같은 반 친구 민지, 정미, 수정이, 다연이, 개구쟁이 짝꿍 준서 까지 초대하겠다며 신바람이 났습니다. 아빠, 생일 선물 사주실 거지요? 그래, 사 줄게. 아빠 5분만 더 자고. 아빠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5분만을 외쳐댑니다. 수빈이 아빠의 별명은 5분만 입니다. 아빠 별명이 참 우습지요. 왜 아빠 별명이 5분만 인지 아세요? 엄마가 깨울 때마다 언제나 5분만 더 자겠다고 게으름을 피워서 엄마가 붙여준 별명이랍니다. 수빈이는 며칠 전부터 제 생일 날짜를 들먹이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 내일 모레 수요일이 내 생일인 거 알아요? 아무려면 엄마가 외동딸 수빈이 생일도 모를까봐? ▲ 그림 김설아 (동신중학교 1학년) 수빈이는 엄마 목에 매달려서 온갖 아양을 떨며 별별 주문을 다 합니다. 엄마, 생일파티 생일케이크는 고구마 생크림으로 사주고요, 과자랑 음료수도 사 주어요. 뭐? 과자와 음료수까지? 엄마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수빈이 얼굴을 쳐다봅니다. 친구들 초대할 거니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날개까지 오동통 살이 올랐습니다. 엄마는 까돌이의 통통해진 모습을 보며 걱정을 합니다. 까돌이는 은행나무 꼭대기 집으로 날아오르는 것도 힘들어 헉헉댑니다. 아빠와 엄마의 날개를 붙잡고 오르며 꾀를 부리는 까돌이는 뚱보까치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아빠도 날개가 점점 무거워 진다고 합니다. 엄마는 벌레를 먹고 살아야 하는 까치가 사람들이 먹는 음식만 먹어서 그런 거랍니다. 엄마는 하루에 세 번씩 놀이동산 날아다니기 운동을 하자며 아빠와 까돌이를 들볶습니다. 그런데 큰일이 났습니다. 아빠가 덜컥 병이 났습니다. 며칠째 배가 아프다며 깍깍 거립니다. 엄마는 아빠가 사람이 먹는 음식만 먹어서 배탈이 난 것이랍니다. 며칠째 깍깍 앓던 아빠는 몸이 뼈만 남게 홀쭉해졌습니다. 입맛을 잃어버린 아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아빠가 드디어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엄마에게 죽기 전에 실지렁이 같은 벌레나 실컷 먹어봤으면, 애원을 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아빠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까돌이에게 아빠 병간호를 부탁하고 벌레를 잡으러 농촌으로 갔습니다. 매일 아침에 나가면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왔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그런데 까돌이 형 두 마리가 얼마 전에 과수원으로 먹이 감을 구하러갔다가 사람들이 쳐 놓은 그물망에 걸려서 어디론가 잡혀갔답니다. 형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엄마는 여기서 살다가는 까돌이마저 죽이겠다고, 아빠만 보면 성화를 부립니다. 까돌이네 식구들은 벌써 며칠 째, 박 씨 아저씨네 하수도구멍으로 나온 음식물 찌꺼기만 먹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벌레를 배불리 먹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벌레도 잡아먹기 힘들답니다. 부지런하고 억세지 않으면 벌레를 잡아먹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산과 들에 사는 모든 새들이 먹이 사냥에 온통 아우성이랍니다. 글쎄, 며칠 전에는 산비둘기와 참새가 벌레 한 마리를 놓고 심한 몸싸움을 하다가 참새가 죽었답니다. 참새가 잡은 벌레를 산비둘기가 빼앗았습니다. 벌레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참새머리를 산비둘기가 그악스럽게 마구 쪼아댔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참새가 결국 죽고 말았던 것이랍니다. 엄마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며, 죽은 참새기 불쌍하다고 하루 종일 깍깍 울었답니다. 엄마는 사람들에게 잡혀간 까돌이 형들이 생각나서 더 슬프게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가지산 고갯마루에 하늘을 찌를 듯 커다란 미루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 까돌이네 집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곧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까돌이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며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쉽니다. 가지산에서 계속 살다가는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른다고 걱정을 합니다. 까돌이네 가족은 벌써 여러 날 째 벌레 한 마리도 먹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까돌이 아빠는 오늘도 하루 종일 이사 갈 곳을 알아보러 다니다 기진맥진해서 돌아왔습니다. 여보, 이사 갈 곳을 찾았어요. 까악 깍? 엄마는 아빠를 보자마자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깍깍댑니다. 까돌이는 엄마가 아빠에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년) 저, 저, 그게 말이야. 며칠째 알아보고 다니는데 마땅하게 이사 갈 곳이 없어. 아빠는 날갯죽지를 오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엄마의 눈길을 슬슬 피합니다. 아니, 오늘이 벌써 며칠 째인데 이사 갈 곳을 아직 못 구했단 말예요. 깍깍, 까악. 까돌이는 요즘 들어서 엄마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보기만 하면 성깔을 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