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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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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무는 공간이 운을 바꾼다

《운을 만드는 집》, 신기율, 위즈덤하우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운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운은 그저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운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고, 그저 나쁜 일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 《운을 만드는 집》의 지은이 신기율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명(命)’은 고정불변의 것이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은 자신의 의지로 길흉을 바꿀 수 있는 ‘운(運)’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돈ㆍ건강ㆍ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좋은 공간에 사는 것은 재운과 건강,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공간이 가진 특별한 치유의 힘과 가능성, 에너지를 알고 다스릴 수 있다면 이는 공간이 좋은 운수가 열리는 지름길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400년을 이어온 최부잣집의 남다른 스페이스로지’다. ‘재불백년(財不百年)’, 곧 ‘100년 가는 재산이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산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에, 무려 400년 동안 부를 이어간 최부잣집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간 설계’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최씨 집안의

천리포수목원 일군, 파란 눈의 한국인 민병갈

《민병갈,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 정영애 글, 보물창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천리포수목원은 계절마다 풍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충청남도 태안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곳이 바로 천리포다. 놀랍게도 이 천리포수목원을 가꾸어 낸 이는 우리나라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이다. 이 책 《민병갈,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의 지은이 정영애는 우연히 천리포수목원을 갔다가 민병갈 원장의 삶에 매료되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머릿속에 천리포수목원과 민병갈 원장이 떠나질 않아 결국 수목원에 전화를 걸었다. 민병갈 원장님의 전기를 쓰고 싶다고 하자 천리포수목원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면서 여러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이 책은 이렇게 천리포수목원과 그곳을 가꾼 한 사람에게 반한 지은이의 열정이 빚어낸 책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천리포수목원으로 차를 몰았다. 모두 다섯 번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민병갈 원장이 반겨주는 듯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 머나먼 한국 땅에 이토록 아름다운 수목원을 가꿔낸 주인공, 민병갈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고 어떻게 천리포수목원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민병갈 원장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철의 나라, 가야를 지킨 여전사들

《철의 나라 철의 여인들, 가야의 여전사》, 글 정종숙, 한솔수북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쇠의 바다, 김해! 김해(金海)는 이름이 곧 ‘쇠의 바다’를 뜻할 정도로 철 생산이 많았던 곳이다. 지금은 평야와 산이 많지만 1,600년 전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항구 도시였다. 동아시아 으뜸 철기 공방이 줄지어 있던 금관가야는 신라의 공격으로 결국 멸망하고 만다. 지금도 김해에는 찬란했던 가야 시절을 보여주는 유적이 많다. 대성동 마을에서 발견된 가야왕국의 무덤은 그 가운데서도 많은 고고학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 까닭은 바로, 가야왕국의 전사들이 묻힌 57호 무덤에서 나온 뼈가 여자의 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가야왕국의 여전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정종숙이 쓴 《철의 나라 철의 여인들, 가야의 여전사》는 역사적 상상력을 토대로 가야의 여전사가 누구였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주인공 ‘여의’가 여전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57호 무덤에 묻혀 금관가야의 전설로 남게 되었는지 선명히 그려진다. (p.7-8) 대성동 마을에서 발견된 가야왕국의 무덤은 거의 180기가 넘었다. 그 가운데 진이의 호기심을 끈 것은 57호 무덤이었다. 고고학자들이 무덤을 열었을 때, 진이는 숨이 멎

이제마의 사상체질과 소통이 만났을 때

《빅데이터 전문가 오기자의 사상체질 커뮤니케이션》, 오기자, 미래지식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사람의 다양한 유형을 ‘체질’이라는 요소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흥미로운 시도다.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나눈 조선 후기 한의학자, 이제마의 업적은 오늘날까지 다양하게 변주되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삼성그룹에 다니다 마케팅 기업을 창업한 지은이 ‘오기자’가 쓴 이 책, 《빅데이터 전문가 오기자의 사상체질 커뮤니케이션》은 사상의학(四象醫學)이 대인관계에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통찰해 주는 책이다. 단순히 내 체질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상대의 체질을 알아보고 그 기질에 맞춰 소통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면 대다수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막강한 친화력을 갖춘 인재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직장에서 다양한 체질의 사람들이 겪는 여러 가지 소통과 갈등을 재미있는 상황극을 통해 보여주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친절한 해설로 알려준다. 조선 말기 의학자였던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체질은 인간의 체질을 4가지로 나누고 체질에 따라 몸의 기운이 다르므로 같은 병이라도 치료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제마 본인은 태양인에 속했고, 의학 말고도 철학과 유학, 역학을 다방면으로 연

빛나는 조선의 천문학 이은 과학자 이원철

《우리 하늘을 연구한 과학자 이원철》, 유영소, 마음이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천문학자! 흔히 ‘인문(人文)’이 인간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무늬를 뜻한다면, 천문(天文)은 별들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무늬를 궁구하는 학문이다. 별을 사랑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암울했던 식민지 하늘을 밝힌 과학자 이원철은 별을 사랑한 청년이었다. 거의 모든 이들에게 퍽 생소할 이름이지만, 이원철은 일제 강점기 때 독수리자리 에타별이 맥동 변광성임을 증명하여 세계 천문학계에 이름을 떨친 천문학자다. 유영소가 쓴 이 책, 《우리 하늘을 연구한 과학자 이원철》은 이원철의 생애와 업적을 알기 쉽게 조곤조곤 풀어낸다. 그가 올려다본 하늘, 그것은 조선의 하늘이었다. 나라를 빼앗긴 현실에서 고국의 하늘은 많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연희전문학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미시간대로 유학, 세계 천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뒤 한국으로 돌아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천문학계에 많은 업적을 쌓았다. 189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한서를 많이 읽어 한학에 조예가 깊었고, 놀라운 암기력과 계산력으로 신동이라 불렸다. 1915년 연희전문학교(지금의 연세대학교) 수물과(수학 및 물리학과)에 입학한 후에는 수학에 뛰어난 재

역사 속 인물들의 바둑 사랑

《돌 하나에 웃었다 울었다, 역사 속 바둑 이야기》, 설흔, 스콜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 도림은 개로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신이 젊어서 바둑을 배워 자못 신묘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제 실력을 한번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개로왕이 도림을 불러들여 바둑을 두어 보니 국수의 실력이었다. 개로왕은 도림을 늦게 만난 것을 한탄하고 손님으로 받아들였다. - 《삼국사기》 고구려 출신 바둑 고수 도림에게 속아 나라를 망친 개로왕의 이야기는 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도림은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 환심을 산 뒤, 궁궐 증축과 같은 대규모 토목 공사를 부추겨 국력을 소진하도록 했다. 결국 개로왕은 백제의 도읍 한성을 공격한 고구려군에 목숨을 잃고 아들 문주왕은 서울을 웅진(오늘의 공주)으로 옮겨야 했다. 이렇든 우리 역사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바둑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바둑이 때로는 모든 것을 걸게 될 만큼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매력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설흔이 쓴 책, 《돌 하나에 웃었다 울었다 역사 속 바둑 이야기》는 우리 역사에 나오는 바둑 이야기를 마치 친한 친구에게 들려주듯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보통 개로왕과 도림의 이야기만 많이 알려졌지만, 삼국

성북동, 동네 가득 스며든 무심한 아름다움

《성북동 길에서 예술을 만나다》 송지영ㆍ심지혜, 연두와 파랑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성북동에 가 본 이들은 느꼈을 것이다. 그 동네의 따뜻한 정취를. 거닐다 보면 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성북동의 이런 고아한 분위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 근현대 시기부터 문화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살며 서로의 삶에 의지처가 되어주었던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여 그럴 게다. 이 책, 《성북동 길에서 예술을 만나다》를 쓴 송지영, 심지혜 두 사람은 최순우 옛집의 학예사로 함께 지내며 성북동에 남아 있는 문인과 예인들의 발자취를 모아 나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한때는 ‘동네 형’, ‘옆집 이웃’으로 정답게 지냈을 그 시간이 떠오른다. (머릿말 가운데) 성북동 길가에 개천이 흐르고, 성벽 위로 해가 떠오르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전형필 선생이, 단장을 짚은 조지훈 선생이, 미풍 같은 웃음을 짓는 최순우 선생이 길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지금 우리들과 다를 바 없이 서로 안부를 묻고, 가족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새로 구한 애장품 자랑도 하셨겠지요. 책에 소개된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우두 김광균, 상허 이태준, 구보 박태원, 만해 한용운 등은 한 번쯤

조선판 ‘공부의 신’ 16인의 이야기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이수광 / 해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90) 정숙하게 앉는 것은 공부하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 반드시 옷을 깨끗이 입고 자세를 엄숙히 한 다음 눈을 감고 코끝을 내려다보면서 망령스레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뜻(情)이 움직일 때에는 그 생각이 어떠한가를 살펴서 알맞지 않으면 막아버리고 알맞으면 따라 행하되, 그 도를 이미 다했다면 예전처럼 고요할 것이다. 정숙하게 앉아 글을 읽는 모습. 이것이 옛 선비의 ‘공부하는 모습’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이다. 위의 글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유명한 홍대용이 자신을 스스로 깨치는 말을 지어 의관을 정제하고 학문을 익힐 것을 다짐한 글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과거제도 때문인지 우리 문화는 유난히 공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무리 훌륭한 가문 출신이어도 ‘공부를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었던 분위기, 출신보다 실력을 중시했던 사회 풍조가 수많은 문제 속에서도 조선 왕조를 약 500년 동안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역사 저술가인 이수광이 쓴 이 책,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은 조선 역사에서 공부로 이름을 날린 인물 16인을 골라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