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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호의 한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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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옹(華山翁) 바위의 전설

[소병호의 한시 산책] 遊華山(유화산) 화산에서 놀다.

화산옹(華山翁) 바위의 전설 [그린경제=제산 기자] 남원에서 서쪽으로 50여리 떨어진 순창군 적성면 고원리에 책여산(冊如山)이라는 명산이 있다. 산 중턱에 화산옹이라는 이름의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옆에서 보면 흡사 가을 메뚜기가 벼 이삭에 앉아 입질하는 것 같고 뒤에서 보면 몸집이 우람한 장군이 투구를 쓴 것 같다. 앞모습은 도포 입은 백발노인옹이요. 머리는 영락없이 미륵불이다. 그래 그런지 별명도 가지가지다. 메뚜기바위. 장군바위. 미륵불. 화산옹. 아마도 이렇게 많은 별명을 여러 개 가진 명물도 없을 것이다. 아득한 옛 날부터 화산옹은 신기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풍년이 들려면 아름다운 백색을 띄웠고 흉년이 들려면 흑색을, 큰 불이 나거나 돌림병이 퍼질 때에는 청색을 띄었다. 그리고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에는 적색으로 변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행인이 채계산(책여산)을 지나갈 때, 화산옹에게 경의를 표하고 가면 무사하거니와 만일 그렇지 않으면 다리를 삐거나 하는 사고를 당하기 일 수였다. 말이나 수례 탄 이도 이와 같았다. 그리하여 화산옹은 외경과 민간신앙의 기복 대상이 되었으니, 흉년이 들

영광에 부활한 유자광

고향에서 배척받는 무령군 유자광

영광에 부활한 유자광 고향에서 배척받는 무령군 유자광 [그린경제=제산 기자] 전장(前章)에서 무령군(武靈君)은 희대의 영걸이라고 언급되었거니와 이는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한 그를 미화하거나 우상화하기 위한 말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검증된 객관적인 사료(史料)를 토대로 하여 제 3자의 중립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내린 평가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령군은 탯자리인 남원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배척당해 왔다. 지금도 유자광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보다는 가로 젓는 사람이 더 많다. 따라서 그에 대한 인식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으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령군의 묘소는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최근에 이백면 영광 유씨 선산에서 훼손된 망주석(望柱石)이 발견되었는데 그 지점이 무령군의 묘역(墓域)이 아닌가 하는 추측만 무성할 뿐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리고 그 부근에서 오래된 거구(巨軀)의 유해가 한 구 나와 유씨 문중에서 이를 무령군의 유해가 분명하다고 믿고 행정당국에 그 유전자를 검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관계자로부터 역적의 유전자 검사에 쓸 예산이 어디 있느냐?라는 투로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일도 있다고 들었다. 역

[소병호의 한시 산책 4] 노진과 강릉기생

[그린경제=제산 기자] 노진과 강릉기생 ◑산 넘고 물 건너 장가길 천리 여기는 강릉도호부. 부사가 대청마루에서 기생 서너 명과 술판을 벌이고 있다. 그래 네가 예까지 나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이냐? 부사는 통인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애띈 초립동에게 퉁명스럽게 묻는다. 당숙. 우선 제 절부터 받으시지요. 초립동은 나붓이 큰절을 올리고 나서 어머니의 심부름이라며 서찰을 꺼내 올린다. 서찰을 읽는 부사의 표정이 굳어진다. 참으로 얌체들이로군.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 총각은 눈이 캄캄해진다. 너 듣거라! 관청은 공무가 아니면 함부로 들어오는 법이 아니다. 이곳은 네가 사사로이 머물 데가 못 된다. 시장할 테니 요기나 하고 가거라. 동기(童妓)하나가 한쪽 구석에 밥상을 차려준다. 개다리소반에 노잣돈 몇 닢과 함께 밥 한 그릇과 나물 몇 가지가 전부다. 부사의 식전방장(食前方丈)의 주안상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부사는 당질에 대한 덕담이나 가족에 대한 안부는 한마디도 묻는 법이 없고 그저 기생들과 수작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순간! 초립동은 발로 밥상을 냅다 걷어찼다. 밥상이 천정까지 치솟았다가 마루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 산산이 흩어진다. 네 이놈 이

[소병호의 한시산책 3] 두 개의 명당

투자시(投刺詩)

두 개의 명당 [그린경제=소병호 기자] 삼정승 보다는 사정승! 한 지관이 수더분하게 생긴 촌부(村夫) 구산자(求山者)에게 지세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자리는 천금을 주고도 못삽네다. 좌청룡자락과 우백호자락이 대칭을 이루며 앞들을 소쿠리처럼 보듬고 있고 앞들언저리를 활처럼 감아 흐르는 도랑 너머로 탕건 모양의 안산(案山)이 다소곳이 업드려 있다. 그 뿐이랴? 뒷 날등이 힘차게 뻩어 내려오더니 용머리처럼 불쑥 치솟았다가, 다시떨어지듯 미끄러져 내리다가 딱 멈춘 곳! 굳이 지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명당 터다. 윤생원, 이 안에 묘자리가 두 개 있소. 하나는 삼정승 날 자리이고 또 하나는 사정승 날 자리요. 어떤 자리에 쓰시겠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시고 말 것이 어디 있겠는가? 사정승 날 자리에 써야지. 정승이 뉘집 강아지 이름인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나온다는데 이런 천재일우의 호기를 놓칠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처음에는 그저 가난이나면하기를 바랐던 구산자는 욕심이 발동하여 앞뒤잴 것 없이 사정승 날 자리에 조상을 이장했다. 정승의 버릇을 고친 영특한 소년 윤효순의 아버지 윤처관(尹處寬)은 의정부 녹사로 있었다. 처관은 어느 날

십년만에 완성한 한시(漢詩)

[소병호의 한시 산책 2] 유성룡, 양희의 한을 풀어주다

십년 만에 완성한 詩欲凍(시욕동) 유치숙(柳痴叔)의 놀라운 예지력서애(西崖) 유성룡(柳成龍)에게는 모자란 삼촌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유치숙 이라고 불렀다. 유씨네 집의 바보 아저씨란 뜻이다. 유치숙은 어느 날 느닷없이 서애를 찾아와 바둑을 한판 청했다. 서애는 당시 바둑계의 국수(國手)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상대가 숙부인지라 마지못해 응해 주었다. 치숙은 바둑알을 하나씩 딱딱 놓을 때 마다 무슨 뜻인지 모를 소리를 뇌까려댔다. 딱! 설타음순시욕동! 딱! 매표가선곡생향! 조카 뭘 그렇게 꾸물대시나? 설타음순시욕동! 허허 주무시나? 매표가선곡생향!첫판에서 겨우 한 점 차로 서애가 졌다. 한 판 더 두기로 했다. 나를 모르면 죽어. 이놈아! 설타음순 시욕동! 죽긴 왜죽어? 여기 매표가선곡생향 나간다! 매표가선곡생향! 치숙의 날궂이 같은 소리는 점입가경이었다. 서애가 또 졌다. 져도 크게 졌다. 조카 이번엔 마지막 한판이네. 설타음순시욕동, 매표가선곡생향!말끝마다 그놈의 소리. 귀가 마다하고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설타음순이라 시욕동, 매표가선에 곡생햐~~ㅇ! 막판을 두는 동안에는 숫제 그 날궂이 에다가 육자배기 가락까지 붙여 무당 푸닥거리 하듯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