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9월로 접어들어 아침저녁 공기는 선선해졌지만 이미 중순인데도 한낮은 여전히 30도를 넘어 여름을 벗어나기가 이리 어렵나 하는 탄식이 나도 모르게 토하게 한다. 우리들은 늦더위를 참아야 곡식과 과일이 익어 풍성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으니 참고 이길 자신은 있다. 더구나 다음 주가 한가위 아니던가? 곡식도 과일도 많이 많이 익어 우리의 한가위가 풍성해서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빌어본다. 지난주 친구 하나가 뜰에 핀 빨간 꽃 사진을 하나 보내준다, 이 꽃은 이쁘고 아름다운 꽃이 아니다. 울퉁불퉁, 삐쭉삐쭉한 꽃잎들이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데 막상 여름을 다 지나고 이 꽃을 보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맨드라미꽃이다. 시골의 담벼락이나 울 안, 사립문 부근에 많이 피지 않았던가? 도회지에 그런 곳이 없어 이미 꽃을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친구 사진으로 보는구나. 사실 맨드라미는 보기만 해도 덥다. 꽃은 달린 것이 아니라 몸체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빛깔도 걸쭉한 붉은빛이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생각게 한다. 그러기에 이 꽃은 아름답다고 보기보다는 괴상하다고 보는 사람이 대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수경)은 9월 11일(수)부터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2024.9.11.~11.24.)을 연다.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를 비롯하여 이건희(1942~2020) 회장 기증품 169건 282점을 선보인다. 김홍도가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 등 국보·보물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유산 19건 24점이 포함되어 있다. ‘강원 별장’으로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 마지막 국내 순회전 2021년 4월 28일 이건희 회장 유족이 그의 수집품 가운데 문화유산 2만 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듬해 4월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시작으로 2년 동안 소속박물관 네 곳에서 동일 제목의 기증 특별전이 열렸다. 2024년 9월, 수집품이 가득한 ‘강원 별장’이라는 내용으로 마지막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 강원 지역 관련 기증품에 주목했다. 먼저 조선시대 대표적인 수납가구 반닫이 가운데 소나무로 두껍게 만들고 다른 지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엉클어진 우리말에 눈을 떠, 죽어가는 우리말을 살려내고,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고, 우리말을 우리말로 풀이한 《푸른 배달말집》을 써온 한실 선생은 요즈음 《우리말 사랑》이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실 선생은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을 쓰니까 한글로 쓴 한자말도 다 우리말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배곳(학교)에서 가르침이(교사)가 한글왜말을 가르치고 나라에서도 한글왜말을 쓰고 책이란 책에는 다 한글왜말이 쓰여 있으니 누가 한글왜말을 우리말이 아니라고 여기겠는가?”라고 말합니다. 또 한실 선생은 “우리글로 쓴 낱말이더라도 우리말이 아닌 한자 낱말이 지나치게 많다. 한자는 생겨날 때부터 글자마다 통째로 한 그림이어서 한 글자로 뜻을 다 나타낸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자말은 두 글자짜리가 많은데, 이것은 하늬삶빛(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니혼(일본) 사람들이 새로 만든 말들이다. 도로(길도, 길로), 정치(다스릴정, 다스릴치), 교육(가르칠교, 기를육), 경제(살림경, 살림제), 운동(뮐운, 뮐동), 사회(모일사, 모일회), 지혜(알지, 알혜).....처럼 뜻이 같거나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이재필)는 우리나라 전통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하여 9월 14일(토)부터 18일(수)까지 닷새 동안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쉼 없이 무료개방(창덕궁 후원 제외) 한다. 특히,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이번 추석 때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모두 무료개방 기간 다음날인 9월 19일(목)에 쉰다. 무료개방 말고도, 이번 연휴기간에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하루 2회 / 10시, 14시)과 ‘수문장 순라의식’(15시)을 사전예약 없이 만나볼 수 있고, 도심 속 고궁 야간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경복궁 야간관람’,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에서 펼쳐지는 ‘창덕궁 달빛기행’ 등 국가유산청의 대표 궁궐 활용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 순라의식: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 병전(兵典)-행순(行巡)에 기록된 제도에서 유래한,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조선시대 군대인 순라군 행사 * ‘경복궁 야간관람’, ‘창덕궁 달빛기행’은 별도 사전예약 필요. 자세한 사항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 참고 이와 함께, 직접 고궁 등을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장용준)은 지난 9월 3일부터 2020년 처음 공개한 이래 조회수 1,200만 회를 돌파한 유튜브 콘텐츠 ‘화력조선’의 다섯 번째 마당을 서비스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국립진주박물관이 2023년 발간한 《조선무기 조사연구 보고서Ⅱ: 대형 화약무기》를 바탕으로, 조선 화포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이전 시즌은 단편 영화를 선보였다면, ‘화력조선’ 마당5는 조선의 화포 기술을 살펴보는 콘텐츠로 구성했다. 9월 3일과 9월 6일에 공개된 첫 회 '100발 토론'은 화약무기 연구진이 출연해 연구 과정에서 실물을 처음 확인한 ‘일와봉총’, 무기의 재료 수급, 대포를 만든 장인 등을 집중해서 소개했다. 앞으로도 문헌 기록과 과학 분석으로 밝혀진 조선 화포의 구조, 발사 방법, 제작 기법 등 10여 편을 격주 화요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100발 토론’의 진행자로 나선 곽재식 작가는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조선 화약 무기의 뒷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국립진주박물관 관계자는 “국립진주박물관의 주요 전시품인 조선시대 무기를 소재로 한 ‘화력조선’ 시리즈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강경화 작가(시각디자인전공, 미술학박사)가 ‘달항아리, 컬러를 만나다’ 개인전을 9월 16일(월)부터 9월 18일(수)까지 성수동 뎁센드2 갤러리(서울 성동구 광나루로2길 34 B1)에서 연다. ‘달항아리, 컬러를 만나다’ 전시회에서는 컬러, 형태, 문화에 대한 다양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패러디, 그래픽,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 15여 점을 소개한다.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만들어진 한국의 도자 문화를 대표하는 도자기로 달과 닮았다고 해서 달항아리라고 불리고 있다. 강경화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달은 인류와 언제나 같이했던 존재였다. 각자의 공간에서 인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달과 교류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의 정서와 미감을 담은 작품부터 추상적ㆍ문화적인 컬러감 있는 요소와 접목한 작품까지 달항아리를 통해 달과 인류의 다양한 교류의 방식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라며 “달항아리가 지닌 형태적인 아름다움이 다른 요소들과 색다르게 결합한다면 어떨까라고 하는 기획에서 이번 작품들을 그리게 됐다. 많은 분이 함께 공감해 주시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가 있는 달항아리를 백자가 아닌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전시회에 다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바른북스가 여행 도서 윤지영 기자의 《왜, 산티아고인가’》를 펴냈다. 도전하는 모든 순례자는 살아 있는 전설로 영원하길 바라… 영감을 울린 모든 순례자를 위한 응원 메시지 작가는 여행 29년 경력의 종지부를 찍는듯한 마음으로 산티아고에 도전했다. 완주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생각을 하면서 나를 그냥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의 세계관을 뒤집은 참된 순례길에 감사하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 완주하는 날 깨달았다. 작가는 인생의 소망목록(버킷리스트)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처음부터 완주하는 날까지 걸으면서 느꼈던 작가의 감정 변화를 여과 없이 솔직하게 풀어놓은 진솔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특별한 사람만이 걷는 길이 아니라 누구나 순례자가 될 수 있으며, 그 길에서는 나이, 직업, 부와 명예 따윈 필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든 걸 내려놓게 만든다. 인생에서 용서와 도전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며 디테일한 치유점을 놓칠 수 없게 해준 산티아고.《왜, 산티아고인가’》는 순례길을 떠나기 전 꼭 읽어봐야 할 마음 챙김 수필이다.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가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나무 복도 바닥, 칠판, 풍금 등 무이초등학교 시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의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하고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2층 규모 갤러리 카페도 갖췄는데 예술관 전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자 봉평 감자 피자 맛집으로 유명하다. 무이예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이고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무이예술관이 터를 잡은 봉평은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그가 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로 관련 여행지가 다양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가면 안 쓴 처용(處容)이 바로 심소(心韶)”라는 이야기와 5주기 추모문화제 관련하여 전시회와 세미나, 그리고 처용랑(處容郞)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처용은 본래 용왕의 아들이었으나 인간으로 화신(化身)하여 경주에서 왕정을 돕고 있었는데, 부인의 예쁜 미모를 탐하는 역신(疫神)이 인간으로 화신하여 동침(同寢)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태연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에, 역신이 감동하여 사과하고 물러갔으며 이후에는 나라 사람들이 처용의 화상을 대문 앞에 붙여 놓았는데, 역신들이 얼씬거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심소 선생을 일러 <가면 안 쓴 처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어찌 보면 항상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처용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리라. 이번 주에는 생전의 심소 선생과 교분을 나누었던 많은 지인과 제자들이 선생의 삶과 예술을 회고하며 보내온 추억담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일부를 이 난에 소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문화예술평론가 구희서의 <소중한 궁중무용의 생명줄>이라는 글의 한 대목이다. “전승계보가 뚜렷하면서도 정작 살아있는 춤의 숫자는 귀한 분야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메릴랜드주에는 1695년에 설립된 세인트존스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이 특이한 것은 몇 개의 선택과목을 빼고는 모든 교육과정이 동일한데 학생들은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을 통하여 학점을 딴다는 것이지요. 이 대학을 졸업하려면 해마다 방대한 수필을 써야 하고 졸업 논문을 써야 하며, 교수 앞에서 구두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모두가 고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이루지요. 학생들은 교수를 'Professor(교수)'가 아닌 'Tutor(지도교사)'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것이 5% 정도이고 나머지는 읽고, 토론하고, 서로 설명하는 과정이 들어 있습니다. 책을 읽은 뒤 감상을 말하기는 쉬울 수 있으나 지은이와 생각을 공유하며 다른 학생 및 교수와 토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많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생각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떤 문명이든지 그 뿌리에는 문화의 저변에 깃들어 있는 의식세계와 정신세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