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세자, 성균관에 입학하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4) 문묘에서 세 왕께 예를 드리니 동궁과 성균관에 봄이 왔구나. 술 단지를 받든 모습이 엄숙하고 자리에 올라 글 읽는 소리가 새롭다. 나이 따라 양보하는 것은 주나라의 선비요 둘러앉아 듣는 이는 한나라의 빈객이라. 나는 직함을 가지고 태만히 한 일이 부끄럽지만 축하를 드리는 소리가 궁궐 안에 가득하네. 이는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입학식에 관리로 참석했던 이만수(李晩秀)가 쓴 시다. 효명세자의 입학식은 1817년 3월 11일, 성균관 명륜당에서 무척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날 입학식에는 세자를 교육하는 시강원의 관리들과 성균관에 소속된 유생들은 물론이고, 수천 명의 백성들이 길가로 몰려나와 “목을 길게 늘이고 손을 모아 송축하며” 구경했다. 이렇듯 왕세자의 입학례는 조선왕실의 기쁨이자 나라의 ‘경사’였다. 조선왕실의 공식 후계자가 학교에 갈 만큼 장성해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예식이니, 그 위상과 중요함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김문식의 이 책, 《왕세자의 입학식-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이런 왕세자의 입학식을 세세히 살펴보며 조선왕조가 후계자 교육에 얼마나 열성을 쏟았는지, 입학식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