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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60] 박일남 “갈대의 순정”

사랑 앞에 흐르는 남자의 눈물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박일남 "갈대의 순정" 음반 표지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는 말아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 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는 말아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 갈대의 순정

 

이태 전 가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전국이 물난리로 고통을 받던 그해 여름 동해안 지방은 비가 내리지 않아 그렇게도 애를 태우더니, 뒤 늦게나마 상수원 댐에 물이 차고 마른 내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와 한시름 덜었었다. 그런데 올해도 역시 가뭄은 사람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비 온 뒤의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대단한 순화작용을 한다. 눈은 내릴 때는 아름답지만 녹을 때의 질척거림이 불편하고, 비는 내릴 때는 불편하지만 내린 뒤엔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도 조화를 이룰까?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생각하며 갈대 우거진 냇가에서 옛 생각에 잠겨본다. 

주홍빛 가을 햇살이 싸리울 앞마당을 비출 때면 할머니는 갈대뿌리를 깨끗이 씻어 정성스럽게 말리셨다. 오줌소태에 걸리거나 열이 날 때 달여 먹으면 신통하게도 잘 들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어른들은 갈대를 몇 짐씩이나 베어 날랐다. 논이 없는 집에선 짚 대신 갈대를 엮어 지붕을 이었고 이삭은 잘라 빗자루를 만들었다. 아주 옛날에는 이삭 털을 비벼서 부풀려 가지고 솜 대신 썼다는 할머니 말씀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군것질 거리가 귀하던 시절 우리는 봄에 돋는 갈대 새싹을 씹으며 군입을 다시기도 했다. 씹으면 들쩍지근한 즙이 우러나왔다. 그렇게 어렵던 시절 그래도 우리는 노인을 공경하고 이웃을 도닥이며 살았었는데,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지금 우리네 심성은 왜 황폐해져만 갈까? 소슬바람에 갈대 잎은 나부끼고 빈 대궁에선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1960년대의 대표적인 저음가수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을 들으며 짙어가는 가을정취를 만끽해본다. 

1966년에 발표된 박일남의 데뷔곡 ‘갈대의 순정’은 3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다. 집채만 한 풍채에서 울려나오는 매혹적인 저음과 간이 오그라들 것만 같은 고음에서의 호소력은 수많은 여성 팬들을 혼절시키고도 남았다. 

‘갈대의 순정’은 한 사나이의 자전적 노래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작사·작곡자의 실화설과 가수의 실화설이 존재한다.  

작사·작곡자인 오민우에게는 고교 때부터 사귀어온 연인이 있었다. 대학시절 더욱 가까워진 둘은 열렬히 사랑에 빠졌으나 민우의 입대로 위기를 맞는다. 민우는 연인 지숙을 잊기로 하고 휴가마저 반납한다. 제대 후 집안의 결혼성화에 지숙이 가출을 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들은 민우는 눈물을 삼키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설과, 박일남이 떠나간 여인 ‘희야’를 그리워하며 노래를 만들었다는 설이 있으나 아무래도 전자 쪽에 무게가 간다. 

불의를 못 참는 성격 탓에 폭행시비에 휘말려 수차례 감옥신세를 지기도 했고, 불미스런 오해로 한때 수배자의 신세가 되기도 했으나 이제 과거의 어두움을 떨쳐버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박일남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