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한국형리더십개발원에서는 새해 병신년에도 지난해처럼 “세종달력”을 판매합니다. 그런데 달력 한 가운데 큰 글씨로 “後日之效”라고 써놓았습니다. 물론 “後日之效”란 《세종실록》 19년 8월 6일에 나오는 세종의 말로 “큰일을 이루려면 처음에는 반드시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뒷날 공 들인 보람이나 효과는 반드시 클 것이다.”라는 좋은 말이지요.
그러나 세종대왕의 상징은 무엇입니까? 세종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절대군주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성과 소통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 아닌가요? 특히 세종은 1449년(세종 31)에 불교 찬가(讚歌)《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펴내면서 한글을 한자보다 훨씬 크게 써낸 분인데 그런 임금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달력의 얼굴이 한자라면 지하에서 세종이 땅을 칠 것입니다.
▲ 세종이 1449년(세종 31)에 지은 불교 찬가(讚歌)《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보물 제398호, 대한교과서(주) 소장 |
아무리 달마다 “세종어록”을 수록했어도 24절기 가운데 12개 대표 절후는 특별히 세종대에 편찬된 《칠정산내편》의 구절을 썼어도 제작비 따위 기본비용을 뺀 수익금 전액을 “미래의 세종 이도를 키우는데” 쓴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 펴낸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에 해설을 한 김슬옹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했어도 조선 사대부 대다수는 한자 쓰기를 고수하고 한글을 철저히 이류글자로 묶었으며, 이것이 지식과 정보의 독점으로 이어져 조선 패망의 빌미가 된 지도 모른다.”라고요.
조선시대뿐이 아닙니다. 지금의 시대에서도 한자나 영어 쓰기를 자랑하는 지식인들 탓에 우리말이 위축된다면 이도 역시 같은 비판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또 진정 세종과 한글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살지도 모릅니다. 제발 지금이라도 이를 고친 진정한 세종달력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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