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애니멀스 - “해돋는 집”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04]
‘가장 철학적 목소리’ 평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미국 구전 민요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두침침했다. 전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리라 예상 하면서도 공사중이란 간판에 이끌리어 내려가고 있었다.

 

예상대로 출입문은 잠겨 있었으나 내부 불빛이 문에 난 쪽창으로 새어 나왔다. 호기심을 못 이겨 체면은 일단 접어두고 문을 두드렸다. 몇 번 두드리니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사내가 쪽창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문을 열었다.

 

, 아직

 

압니다. 지나가다가 가게이름이 하도 독특해 들어와 봤습니다. 먼저 한 번 둘러보고 저녁때 오려고요.”

 

가게 안은 과연 공사 중이었다. 여기저기 벽돌과 블록조각들이 널브러지고 벽면도 바르다만 상태였다. 구석에는 시멘트도 몇 포대 쌓여 있었다. 그 상태로 공사를 마치고 이미 개업을 하였지만 공사중이라는 진행형에서 진지함이 읽혀져 좋았다. 조명이 밝은 무대에선 사내의 아내로 보이는 한 여인이 옷감을 펼쳐놓고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작업복 만드시나보죠?”

 

아니요, 무대복 겸 평상복 겸 외출복이에요.”

 

그녀는 자기가 입고 있는 옷도 손수 지은 것이라 했다. 나는 그녀의 바느질 솜씨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며 너스레를 떤 뒤 나의 정체를 밝혔다. 부부는 동류항적 친근함이 들어서인지 조금의 서먹함도 없이 나와 어울려 잔을 부딪쳤고, 얼굴에 복사꽃이 피어난 안주인은 무대로 올라가 기타를 퉁기며 <House of the rising sun>을 불렀다.

 

처절한 목소리로 ‘my mother was a taylor’를 외칠 땐 마치 노래 속 주인공 같았다. 조금 전까지 그녀도 옷을 짓고 있지 않았던가.

 

미국의 구전민요인 이 노래는 여러 가지 가사로 불렸다. 여자가 부르면 홍등가 소녀가 화자가 되고 남자가 부르면 범죄자의 노래가 된다. 한 소년이,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어머니를 보다 못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범죄자가 된 실화를 담은 노래라는 설도 있다.

 

대부분의 구전민요가 그러하듯 이 노래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수들이 불렀는데, 애니멀스의 버전은 1964년에 발표되어 빌보드차트 정상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그룹의 보컬리스트인 에릭 버든은 당대 최고의 파워 싱어로 꼽히고 있으며 가장 철학적인 목소리라는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나와 십여 년간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공사중의 그 부부는 오늘은 또 어디에서 공사판을 벌이고 있을까?

 

 

뉴올리언스에 있는 집 한 채

사람들은 해 뜨는 집이라고 부르지요

그 곳엔 불쌍하고 타락한 소년들이

살고 있답니다

나도 그 중 하나죠

재봉사인 나의 어머니는

새 청바지를 만들어 내게 입혔죠

도박꾼 아버지는

뉴올리언스 바닥을 헤매고 다녔고요

도박꾼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여행용 트렁크 하나뿐이죠

그가 만족해 할 때는

취했을 때뿐이었어요

어머니 동생들에게 말해주세요

저처럼 살지 말라고

범죄와 비참함으로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이제 나는 한 발은 플랫폼을 디디고

또 한 발은 기차에 올리고

또 다시 뉴올리언스로 가고 있답니다

족쇄를 찬 채

해 뜨는 그 집으로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