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라는 이름은 단군조선을 이어받았고 기자조선ㆍ위만조선처럼 이미 예전에 있었던 이름이었으며, 화령은 이성계의 출생지라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를 새로운 왕조의 이름으로 보내자 명나라는 새로운 왕조의 이름으로 ‘조선’을 선택합니다. 《태조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입니다. “1393년(태조 2) 2월 15일. 예문관 학사 한상질이 중국에서 돌아와 명나라 예부에서 보내는 공문을 전달했다. 그 공문에 ‘……동이(東夷)의 나라 이름에 다만 조선의 칭호가 아름답고, 또 이것이 전래된 지가 오래되었으니 그 명칭을 근본하여 본받을 것이며, 하늘을 본받아 백성을 다스려서 후손을 영원히 번성하게 하라’ 했다. -《태조실록》, 태조 2년(1393) 2월 15일
명나라 예부의 공문을 접수한 이성계는 그날로 교지를 반포해 새 왕조의 이름으로 조선을 선포하고, 아울러 대사면을 시행했습니다. 이후부터 고려를 이은 새 왕조의 공식 나라 이름으로 조선이 쓰인 것이지요. 다만 이 이름은 단군조선ㆍ고구려ㆍ백제ㆍ고려처럼 자주적으로 짓지 못하고 명나라의 허락을 받아서 지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로부터 조선의 신하나 선비 가운데는 명을 섬기는 사대주의에 빠져 헤매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요.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조선”이라는 이름은 왕조가 망한 뒤에도 “조선팔도”처럼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또 근대에 서양의 문물이 수용되고, 일본문물이 들어오면서 이와 구분하기 위해 조선집ㆍ조선옷ㆍ조선간장ㆍ조선호박ㆍ조선참외ㆍ조선얼 따위로 쓰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