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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박타령’이라고도 부르는 판소리 흥보가 이야기 1

[국악속풀이 30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 <흥보가>중에서 창극으로 꾸민 <놀보전>을 소개하였다. 동생 흥보가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흥보네 집으로 달려가 흥부와 만나는 대목, 화초장 하나를 빼앗다시피 메고 나오는 대목까지를 토막창극으로 꾸며 관중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는 이야기, 제주에게 권주가 하라는 소리에 화가 난 흥보처는 놀부에게 보기 싫다고 어서가라고 소리치며 들어가 버리자, 놀부는 마누라를 바꾸라고 대꾸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흥보가 자식들을 앞세워 도적질을 해 갖고 이렇게 부자가 되었다고 관가에서 잡으러 다니니 세간 문서와 곡간 쇳대는 매끼고, 처자 다리고 부지거처(不知居處)로 도망하여 10년만 있다가 오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문을 하는 놀부의 비야냥, 착한 흥부도 밤이슬을 맞는다는 말에 펄쩍 뛰며 부자가 된 내력을 설명하는 이야기도 했다.

 

제비 새끼가 다리가 부러진 것을 치료해 주었더니 익년 삼월에 박씨를 물고 와서 심었고, 박이 열려 박통속에서 쌀과 돈이 나오고, 은금 보화가 나와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 말에 놀부는 당장 제비를 잡겠다고 나서면서도 화초장을 보고는 은금보화를 잔뜩 넣어 달라고 청해서 짊어지고 떠나는 대목까지를 무대에 올렸다고 소개하였다.

 

흥보와 놀보 이야기는 한국인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이다. 욕심 많고 심술궂은 형, 놀보는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았으면서도 독식을 하여 동생을 내쫒아 버리고 잘 살지만, 쫒겨난 동생 흥보는 가난하게 살다가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제비가 물고 온 박씨를 심어 박통에서 은금보화가 많이 나와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 다시 말해 착하게 살면, 결과가 좋지만, 반대로 형 놀보처럼 동생을 내쫒거나 멀쩡한 제비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악한 짓을 하고 욕심을 과하게 탐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교훈을 이 흥보가는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판소리로 짠 <흥부가>에서는 놀보가 제비다리를 부러뜨린 후, 제비가 물고 온 박씨를 심었다가 박통속에서 나온 상전샌님, 사당패, 장수 등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망하게 되면서 동생에게 뉘우치는 내용을 보이고 있다.




 판소리 <흥부가>는 현전하는 판소리 5마당 중에서도 가장 민속성이 두드러진 판소리로 일반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다. 놀부가 셋째 박을 타는 대목에서는 박속에서 사당패, 놀이패들이 나와서 재담이나 춤, 소리들을 엮어나가기 때문에 해학적 내용이나 재담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류명창들은 잘 부르지 않았다고 하며 지금 불리지 않는 <변강쇠타령>이나 <배비장타령>, <옹고집전> 등과 같은 부류로 흥부가를 포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판소리로 짠 <흥보가>는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널리 전승되어 오고 있는 소리라 하겠다.

 

참고로 영정조 무렵, 혹은 그 뒤의 순조 때 널리 퍼졌다고 하는 예전의 열두 마당 중에서 일곱 마당, 7곡은 전창되지 않고 단절되어서 현재는 5마당이 전해지고 있다. 현존 판소리 다섯 마당이라 함은 <흥보가> 외에 기생의 딸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춘향가>가 있고, 맹인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린 딸의 지극한 효성을 그린 <심청가>가 있으며, 수궁의 자라와 청산의 토끼 이야기를 그린 <수궁가>도 와 함께 중국 삼국지 적벽대전의 이야기를 그린 <적벽가> 등이 있다.

 

판소리 <흥보가>를 달리 <박타령>이라고도 부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흥보 놀보전은 마음씨 착한 흥보의 도움으로 다리를 고치게 된 제비가 이듬해 춘 삼월 보은(報恩)의 박씨 하나를 물어다 줌으로 해서 흥부가 부자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

 

이처럼 사람이 아닌 금수(禽獸), 즉 날 짐승이나 들짐승들이 사람에게 은혜를 입고 이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따듯한 이야기는 흥보가 이외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이외에도 몽골의 <박타는 처녀>, 중국의 <은혜를 갚은 누런 새>, 일본의 <혀를 자른 새> 등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전해오고 있다.

 

조선조 후기 판소리가 대두될 무렵, 명창인 권삼득은 흥보가를 잘 불렀는데, 특히 놀부가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이 유명했다고 한다. 이 대목은 설렁제로 부르는데 그가 짠 그의 장기 대목이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옛 명창들이 특징 있게 짜 넣고 장기로 부르던 대목을 전문적인 용어로는 <더늠>이라고 한다.

 

또한 설렁제란 말은 달리 덜렁제, 권마성제, 드렁조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면 놀부가 제비를 후리러 나가는 대목이라든지, 춘향가에서 군로 사령들이 춘향을 잡으러 으시대며 나가는 대목이라든지, 심청가에서 남경장사 선인들이 처녀 사러 다니는 대목과 같이 높고 큰 소리로 경쾌하고 씩씩하게 부르는 소리제를 말한다.

 

이는 본시 임금이나 지체 높은 사람들이 행차할 때 물렀거라를 외치는 가마꾼들의 권마성 가락을 소리화 한 것이라 하겠다. 그야말로 경박한 인물들이 큰일이라도 해결하듯 거드럭거리며 외치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리제가 바로 설렁제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흥보가는 참으로 재미있는 대목들이 많다. 예를 들면 놀보의 심술대목, 흥보의 돈타령, 중타령이나 중이 집터 잡아주는 대목, 제비가 박씨를 물고 날아오는 제비노정기, 흥보 아내의 가난타령, 첫째 박을 타는 박타령, 비단타령, 화초장타령, 사당패소리나 각설이 타령 등등이 그것이다. 이들 독특한 대목을 별도 주제로 삼아 토막 소리극으로 꾸민다면 판소리에 대한 이해나 국악교육, 애호가 확보에 더 이상의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난을 통해 흥보가에 나오는 재미있는 대목들을 중심으로 흥보가의 이해를 돕도록 소개해 볼 생각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