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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단가 “사철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6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 데 있나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이는 단가의 하나인 사철가의 부분입니다. 단가는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입니다. 단가는 사철가말고도 진국명산을 비롯하여 장부한(丈夫恨)>ㆍ<만고강산(萬古江山)>ㆍ<호남가(湖南歌)>ㆍ<죽장망혜(竹杖芒鞋)>ㆍ<고고천변(皐皐天邊)따위 50여 종이 넘지만, 오늘날 10여 종이 불릴 뿐입니다.



 

그 가운데 사철가는 영화 서편제(1993)에서 유봉이 눈먼 송화를 데리고 가는 장면에서 나왔던 것으로 단가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고 자주 불리는 것이지요. 이 사철가는 전설의 명창 이동백정정렬김창룡임방울 등이 불렀지만 특히 요즈음은 조상현 명창의 사철가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조 명창의 걸쭉하면서도 시원한 목소리의 사철가를 듣노라면 후련해지기도 하고, 왈칵 설움이 몰려오기도 한다는 평입니다.

 

내 청춘이 날 버리고 가버렸으니 봄이 찾아 왔어도 세상이 쓸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소리꾼은 쓸쓸한 세상을 두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봄아, 갈려거든 가거라라고 놓아줍니다. 그러면서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綠楊芳草) 승화시(勝花時), 우거진 나무그늘과 싱그러운 풀이 꽃보다 나을 때가 온다고 외칩니다. 혹시 인생이 사철가처럼 쓸쓸한 사람이라도 다시 찾아올 녹음방초와 벗할 생각을 가진다면 다소 위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