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남 구례군 광의면 천은사에 가면 보물 제1546호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 (求禮 泉隱寺 金銅佛龕)”이 있습니다. “불감(佛龕)”이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나 돌, 쇠 따위를 깎아 일반 건축물보다 작은 크기로 만든 집을 말하는데 정면 전체를 여닫이문으로 만들어 의식 때만 열어서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불감의 크기는 높이 43.3㎝, 너비 38㎝, 측면 너비 21㎝에 불상 높이는 16.5㎝입니다.
우선 이 불감의 문을 열면 두리새김(윤곽을 살려서 특징적인 부분에 약간의 손질을 하는 조각 방법)의 금동삼신불이 모셔졌고, 뒷벽면에는 비로자나삼신상과 10대 제자상을, 좌우 벽면에는 화려한 꽃무늬를, 입구 문에는 칼을 든 인왕상을 각각 돋을새김(양각)으로 새겼지요. 두리새김의 삼신불은 연꽃대좌 위에 앉아 있는 비로자나불인데 얼굴은 다소 근엄하고 두 어깨를 모두 덮는 법의를 입었으며, 대좌는 8각의 연꽃무늬로 되어 있어서 고려말이나 조선초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합니다.
불감 뒷면에 “불상은 신승, 불감은 김치, 박어산 등이 만들었고, 박씨 부부가 시주하였으며, 신음 등 네 승려가 참여하였다.”는 내용의 기록이 있어 흥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얼굴의 형태나 선으로 그린 옷주름이 다소 유연한 것은 물론 꽃무늬가 화려할 뿐더러 인왕상의 힘차고 발랄한 표현 등은 이 불감이 수준높은 작품임을 보여준다고 하지요. 그뿐만 아니라 고려말 조선초의 조각ㆍ그림ㆍ금속공예ㆍ건축양식ㆍ무늬 따위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