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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경교장’, 삼성에 포위되었다

[대담] 22년째 경교장 원형복원 위해 싸우고 있는 ‘김인수 대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 경교장이 어디에 있는 여관입니까? ”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인 경교장을 1996년에 '철거 예정'이라는 충격적 소식을 들은 김인수 대표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대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을 때 시민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기자는 지난 14일 (수) 오후 4시, 백범이 서거한 집무실 옆, 국무회의가 열리던 방에서 김인수 대표를 만났다. 종로구 새문안로 29 (평동)에 자리하고 있는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최초의 남북협상 산실이며, 백범 암살의 현장이기도 한 역사적인 공간 ‘경교장(京橋莊)’은 김 대표가 처음 이 일에 매달리기 시작한 22년전 보다는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숨을 짓는다.


국정 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는 선뜻 ‘말값’으로 뭉칫돈을 건넨 삼성이 운영하는 강북삼성병원은 1996년, 생각하기에도 소름이 끼치는 한 계획서를 만들었다. 다름 아닌 지금의 경교장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17층 규모의 병원을 신축하려는 계획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경교장 살리기’에 힘을 모았고 그 맨 앞에 선 이가 김인수 대표였다. 지난 22년간 경교장 복원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온 김인수 대표는 서울시가 현재 주장하는 경교장 ‘원형복원’ 운운은 사실이 아니며 이제 겨우 ‘내부복원’ 정도를 마친 것이라고 했다.


오는 6월 26일 (월)은 백범 김구 주석이 이곳 경교장 2층 집무실에서 이승만을 배후로 하는 안두희의 총탄에 서거한 지 68주년이 되는 해다. 이날을 앞두고 ‘내부복원’ 밖에 안 된 경교장의 지나온 과거와 남은 과제를 ‘경교장 복원의 산 증인’ 김인수 대표에게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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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에서는 현재 경교장을 ‘원형복원’ 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반발하며 그저 ‘내부복원’일 뿐이라고 하는 까닭은?


“원형복원이라는 것은 1945년 김구 주석이 머물기 시작한 당시의 경교장 내외부를 모두 포함한 복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알다시피 강북삼성병원에서 병원시설로 쓰던 본관 건물 내부만 복원한 상태이기 때문에 온전한 원형복원이라고 할 수 없다.


2001년 4월 6일, 우리 단체가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 받은 후, 계속적인 복원 투쟁을 전개하자 마지못해 여론을 의식한 삼성이 2층의 백범 집무실 20평만 어쭙잖게 복원을 해놓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전면 복원 투쟁을 전개하자 문화재청이 2005년 6월 13일 국가 사적 제465호로 승격시키며 서울시가 2013년 2월에 겨우 내부복원을 마쳤는데 ‘원형복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경교장 소유주인 삼성생명의 요구를 대변하는 말이다.


원형복원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백범 암살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승만의 사적 공간인 이화장은 경교장(2005년 6월 13일 제465호) 보다 사적 지정이 훨씬 뒤에 됐으면서도(2009년 4월 28일 제497호) 막대한 예산으로 복원한 뒤, 주변 조경공사까지 해주면서 경교장은 거의 방치하다 시피하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 삼성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나?


“그렇다. 경교장과 바로 붙어 있는 강북삼성병원은 2001년 6월 15일 종로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지하 3층 지상 15층으로 본관 건물 증축공사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 경교장은 고층빌딩 사이에 샌드위치 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는 경관 훼손은 물론이고 당시 공사 진동으로 인한 건물 외관 등의 손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부분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로부터는 100미터, 시 지정문화재로부터는 50미터 거리 안에서 건축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문화재 주변 건축에 따른 심의’를 받아야함에도 경교장에 대한 심의를 받으면 50미터에 저촉될 것이 뻔하니까 경희궁을 끌어들여 문화재로부터 100미터 벗어난다는 꼼수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다.“



 

- 경교장 복원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삼성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교묘하게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경교장 사건이 언론에 노출될 수가 없었다. 경교장이 그나마도 2001년 4월 6일 문화재 지정을 받아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라는 역사적인 건물임에도 백범 암살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승만 독재자와 연이은 군사정권들이 경교장을 반세기에 걸쳐 철저히 의도적으로 방치해 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임시정부 흔적 지우기를 강행하려는 무모함과 문화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는 관련자들까지 가세해 경교장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까지 갔었다.


그런 가운데 삼성의 경교장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과 조순 서울시장에게 문화재 지정 요청을 한 적이 있으나 답변은 “낡고 변형이 심해 문화재적 가치를 상실했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으니 경교장이 문화재 지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했겠나? 상상도 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쳐 오면서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투쟁해 오길 22년째다. 그래도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라는 역사적 이름을 지어서 일반화 시킨 것에 대해 뿌듯한 마음이 든다.


- 앞으로 경교장은 어떤 모습으로 복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분명히 말하건대 지금의 경교장은 ‘원형복원’이 아니라 ‘내부복원’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항으로 서울시가 원형복원을 주장하는 것은 경교장에 대해 이제는 신경을 끊겠다는 발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입장에서는 병원 건물로 포위된 채 겨우 숨만 할딱이는 정도의 경교장 모습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어설픈 복원을 해놓고 서울시가 2013년 3월 1일 ‘경교장 복원 개관식”을 하자고 하여 내가 거부함으로써 개관식은 취소되고 서울시는 빠진 채 우리 단체가 그해 6월 26일 김구 선생 추모식과 함께 내부복원 기념식을 거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 지난 3월 1일 경교장 정상복원 촉구대회를 개최했는데 성과는?


“「경교장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선주자에게 묻는다」며 7명의 대선후보자에게 경교장 방문 요청 공문을 발송했는데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송인배 비서(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와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경교장 정상 복원에 함께 하겠으며 아울러 친일세력과 부역자들이 청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문서를 보내왔다. 다른 후보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 구성이 정식으로 완료되면 경교장 정상 복원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대담 내내 김인수 대표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지난 22년간 그 누구도 문화재라고 여기지 않고 ‘낡고 변형이 심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라면서 방치하고 외면해온 경교장.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너울에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오면서도 헐려나가지 않고 지금의 모습이나마 보존할 수 있게 되기까지 쏟았던 김인수 대표의 ‘경교장 사랑의 삶’은 그 어떤 말로도, 보상으로도 갚을 수 없는 우리들이 진 빚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6월 26일은 겨레의 스승 백범 김구 주석이 안두희의 총탄으로 비명에 가신지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경교장에서는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오전 11시에 추모식을 연다. 한편, 서울시는 내부복원을 원형복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오후에 이곳에서 백범일지 낭송 등 한가한 행사를 추진하다가 김인수 대표의 강력한 반발에 취소하였다고 한다.




 

임시정부 27년의 험난한 노정을 찾아 중국 지역을 샅샅이 돌아본 적이 있었던 기자가 보기에도 경교장은 강북삼성병원 고층건물로 외로운 섬처럼 둘러싸여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김인수 대표가 평생의 업으로 매달리고 있는 경교장 원형복원, 이제 그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대담 내내 김인수 대표는 임시정부의 문지기라도 되겠다던 각오로 평생을 임시정부와 조국 광복을 위해 뛰다가 끝내는 암살이라는 불행한 상황으로 삶을 마감한 임시정부 주석 백범이 숨 쉬던 이곳 경교장이야말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요, 더 없는 교육의 장소라고 강조한다.


또한 김 대표는 대한민국헌법 전문(前文)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 고 밝혔듯이 경교장은일제침략으로 비롯된 암울한 역사의 한 장면을 말없이 지켜본 산증인이라고 했다. 그간 생채기로 얼룩졌던 경교장을 말로만 국가사적이라 하지 말고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원형복원을 촉구한다며 강한 어조로 대담에 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