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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초여름날, 파초 잎에서 청개구리 한 마리 노래하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9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나무 더운 바람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 봉우리 서쪽에는 비 짙어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새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위 한시는 초여름 소낙비가 내린 정경(情景)을 노래한 추사 김정희(金正喜)<취우(驟雨)>입니다. 초여름 더운 바람이 세게 부니 나뭇잎들이 한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저 멀리 묏()봉우리엔 비가 올려는 지 짙은 비구름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여기 쑥빛보다 새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파초 잎에서 한가로이 노래를 합니다. 정말 초여름 정경을 이보다 잘 묘사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추사는 유달리 수선화를 좋아했고 붓글씨와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으며, 조선이 고유문화를 꽃피운 진경시대의 세계화에 크게 이바지한 예술가와 학자로 인정받은 분입니다. “이 아이는 글씨로서 대성하겠으나 그 길로 가면 몹시 험한 삶을 살 것이니 다른 길로 나가게 하시오.” 추사가 어린 시절 정조 때의 재상 채제공(蔡濟恭)이 대문에 써 붙인 그의 입춘첩 글씨를 보고 그의 아버지에게 충고했다는 말입니다. 과연 예언처럼 오랜 유배로 점철된 험한 삶을 살았지만 추사는 그에 굴하지 않고 당대 최고의 예술가며, 학자로 큰 이름을 남긴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