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놔둘까하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가듯이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 글을 쓴다. “야생화가 심겨져있다?” 맞는 말 같지만, 일본어 전공자의 눈으로 볼 때는 영락없는 일본어 피동형 (일본어는 우케미 '受身'라고 함) 표현이다.
“야생화를 심었습니다. 밟지 마세요”라고 하면 훨씬 편한 말일 텐데 아쉽다. 문법이야기를 하면 약간 피곤해지니까 결론부터 말하겠다.
고양시가 야생화를 심었으니 밟지말고 잘 보호해달라는 뜻이라면 ‘심었다’가 맞다. 주체자가 없이 고양시 호수공원에 갔더니 야생화가 심겨져있더라(심어져있더라)는 표현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이 펼침막은 고양시 공원관리과에서 내 건 것이므로 '심겨져있다'는 맞지 않다.
이 보다 더욱 좋은 말은 야생화라는 한자말 보다는 ‘들꽃’이라는 우리말이 좋다. ‘들꽃을 심었습니다. 밟지 마세요’라고 하는 편이 정겹고, 어색하지 않은 말이다.
펼침막 하나를 걸더라도 이것을 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표기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다면 한자말보다는 우리 토박이말로, 일본어투 보다는 우리말 어법에 맞게 더나아가 정겨운 우리 낱말을 골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