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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던 시절, 꿀물 빨아먹던 물봉선

[정운복의 아침시평 17] 식탁 먹거리, 누군가 땀의 결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산에 가면 산자락 아래 흔하게 보이는 꽃이 물봉선입니다.

연분홍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물봉선은 등산의 또 다른 매력이지요.

봉선(鳳仙)은 봉황을 나타내는 봉()

신선을 의미하는 선()이 결합된 이름이고 보면

산야에 아무렇게나 자라 흔한 모양이지만

꽃의 아름다운 자태나 색의 고움이 고결한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입니다.

물봉선이라고 이름함은 습지를 좋아하는 습성 때문일 것입니다.

 

여렸을 땐 밤낮으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열심히 일을 해도

먹을 것이 늘 부족했습니다.

봄부터 삘기, 진달래, 찔레 순, 아카시아, 잔대 싹........

독이 없고 순한 것이면 무엇이든 먹거리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봉선 꽃을 따서 돌돌 말린 끝을 떼어내고 빨면

달달한 꿀물이 입 안 가득 퍼지기도 했지요.

 

빈약한 먹거리에 바짝 마른 사람이 대세였던 시절

배를 쑥 내밀고 사장이 되겠노라 호언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옛날엔 먹을 것이 없어 채소(푸성귀)만 먹고 살았는데

요즘엔 먹거리가 넘치지만 건강 때문에 채소만 먹는 사람이 많으니

흐른 세월 속에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산에 다니면서 어릴 적 먹거리였던 들꽃과 들풀을 만날 때마다

현재의 여유로움을 생각합니다.

 

소비가 미덕인지는 모르겠으나 낭비는 미덕이 아닙니다.

후진국에서는 가난으로 빵 한 조각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이 넘치고

선진국에서는 먹고 남은 음식물 처리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느라 분주합니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요.

 

먹을 것을 귀히 여겨야 합니다.

오늘도 급식소 앞에 줄을 섭니다.

식판에 먹을 만큼만 담아서 남기지 않는 것은

도시에서 씨 뿌리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보지는 못해도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은 누군가 땀의 결실임에는 틀림이 없을진대

늘 감사한 마음으로 귀히 여기고, 남겨서 버리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