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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식량위기의 해결, 육식 대신 채식이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  나무 중에서 길쭉하게 넷으로 갈라진 흰 꽃이 늦은 봄에 피는 이팝나무라는 것이 있다. 이팝나무의 이름은 원래 이밥나무에서 변했는데, 이밥은 쌀밥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에 피는 길쭉한 흰꽃을 밥알처럼 보고서 나무 이름을 이밥나무라고 부른 것이다. 옛날에는 쌀밥 먹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50대 이상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어렸을 때에 배고픈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굶지는 않더라도 잡곡이 섞이지 않은 흰 쌀밥을 먹기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쌀이 남아서 보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인구는 늘고 논 면적은 계속 줄어드는 데도 이처럼 쌀이 남는 것은 사람들이 쌀을 적게 먹기 때문이다. 2015년 일인당 쌀 소비량은 63kg으로서 1982년의 132kg에 비하면 1/2 이하로 줄어들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밥 대신 육류, 빵류, 푸성귀(채소), 과일 등을 많이 먹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식량을 자급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통계를 보면 지난 1975년에 75%에 달하던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15년에는 23%로 떨어졌다. (식량자급율은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율을 의미한다. 사료를 제외하면 자급율은 50%가 된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식량자급율이 낮은 것은 밀과 콩, 그리고 대부분의 사료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자급율이 밀은 1.2%, 옥수수는 4.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고 2015년에 농식품 수입액은 236억불이었다. 식량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독립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과학 기술을 신봉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생명공학이란 생물체의 기능을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 융합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변화시키는 새로운 과학 기술이다. 이 분야의 연구는 1953DNA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시작되었는데, 최근에는 종자 개량과 인공 수정은 물론 유전자 조작 기술까지 눈부신 발달을 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농업은 물론 어업과 축산에 이용하여 식량을 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1978년 독일에서는 감자와 토마토를 세포 융합시켜 뿌리에서는 감자가 줄기에서는 토마토가 열리는 새로운 식물인 포마토(우리말로 토감)를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토감을 재배하여 일반 농가에서 감자와 토마토를 계속 생산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한 식물에서 감자와 토마토가 동시에 열리게 하려면 많은 양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문제가 되어 토감은 더 이상 보급될 수 없었다.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필자의 의견으로는 육식에서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곡식을 재배하여 가축에게 먹이고 사람이 가축의 고기를 먹는 육식은 환경적으로 볼 때에는 에너지 낭비이다. 먹이사슬의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단지 10퍼센트의 에너지만이 전달될 수 있을 뿐이다. 곡식을 사람이 직접 먹는 것이 에너지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라는 책에서 저자인 라페는 인류가 채식을 할 때와 육식을 할 때에 필요한 경작지의 면적을 조사해 보았다. 한 사람이 곡물만을 먹고 산다면 200제곱미터(60)의 땅이면 충분하다. 만일 곡물과 고기를 함께 먹으려면 20배가 넘는 4,000제곱미터(1200)의 땅이 필요하다. 만일 육식만을 한다면 10,000제곱미터(3000)의 땅이 필요하다.

 

곧 사람이 고기만을 먹고 산다면 완전 채식에 비해 50배나 많은 경작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한다면 왜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유럽국가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 국가들 즉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이 인구밀도가 높은지 이해가 될 것이다. 채식을 하게 되면 같은 면적의 농지에서 훨씬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옥수수, 보리, 귀리를 비롯해서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38퍼센트가 가축의 먹이로 쓰인다. 미국의 1인당 곡물 소비량은 중국에 비해 4배나 많은 800 kg인데, 이 곡물의 70퍼센트는 사람이 아니라 가축이 먹는다. 소들이 오랫동안 먹어 왔던 풀 대신 곡물을 먹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축의 먹이를 전부 풀로 바꾸면 13,000만 톤의 곡물을 절약하여 4억이 넘는 추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중국이 2004년부터 식량수입국으로 바뀌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뒤늦게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경지면적은 줄어들고 사람들이 육식을 더 많이 하게 되자 식량을 수입하게 된 것이다. 인구 대국인 중국이 국제곡물시장에서 식량을 계속적으로 수입하면 곡물 가격은 크게 오르고 지구촌 곳곳에서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다. 식량위기는 지구온난화나 물 부족, 에너지 문제보다 가장 먼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육식에 맛들인 인류가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환경적으로 비교하면 어느 쪽이 좋을까? 같은 고기 1kg을 얻기 위하여 투입해야 하는 사료의 양을 조사하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7:4:2가 된다. 소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먹는 사료의 많은 부분을 자체 소모한다. 반대로 닭은 부피가 작으므로 사료 중에서 자체 소모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효율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왕 고기를 먹는다면 닭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수가 있다.

 

축산은 환경적으로 볼 때에 오염 물질을 매우 많이 발생시킨다. 과거에 적당량의 가축 분뇨는 거름으로 논밭에 되돌려졌지만, 기업 축산에서 나오는 가축 분뇨는 심각한 오염 물질이다. 환경공학에서는 가축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사람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과 비교하여 인구당량(人口當量)이라는 개념을 정의 한다. 소는 인구당량이 14인데, 쉽게 설명하면 소 한 마리가 사람 14명에 해당하는 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는 뜻이다. 참고로 돼지의 인구당량은 약 3이다. 돼지는 소에 비해 적게 먹고 적게 배설하기 때문에 인구당량이 작다.

 

사람이 자연이 준 본성에 맞게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이빨을 보면 푸성귀를 위한 어금니의 수가 육식을 위한 송곳니 수의 네 배나 된다. 그러니까 채식과 육식의 비율을 41로 하는 것이 자연이 정해준 정상적인 식생활이 아닐까? 심장병의 원인은 육식이다. 고혈압의 원인도 육식이다. 성인병이 많아지는 것도 과도한 육식이 원인이다. 고기를 많이 먹으니까 살이 찐다.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생명공학을 응용한 식량 증산이 아니고 고기를 덜 먹는 일이다. 그러므로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70억 인류가 식량 때문에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살기 위해서, 육식을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