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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 초를 켜지 못하게 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9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남번국(南番國) 사람이 만력 계묘년간에 왜인의 배를 따라 우리나라에 표류하여 도착한 일이 있다. 그 사람을 보니 눈썹이 속눈썹과 통하여 하나가 되었고, 수염은 염소의 수염과 같았으며, 그가 거느린 사람은 얼굴이 옻칠한 것처럼 검어서 형상이 더욱 추하고 괴상하였다. (중간줄임) 왜인들은 그곳에 진기한 보물이 많기 때문에 왕래하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본토를 떠난 지 8년 만에 비로소 그 나라에 도착하곤 하였으니, 아마 멀리 떨어진 외딴 나라인 모양이다.”

 

이는 지봉 이수광(李晬光)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남번국이란 중국에서 네덜란드를 한문으로 표기하던 것을 들여온 말입니다. “남번국말고도 불랑기국(佛狼機國, 프랑스)”, 영결리국(永結利國, 영국), 방갈자(榜葛刺, 방글라데시) 따위도 보이지요. 지봉유설은 조선시대 최초의 문화백과사전으로 평가를 받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젊은 시절 틈틈이 기록한 내용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이준구강호성이 펴낸 조선의 선비에 보면 이수광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그에 따르면 이수광이 밤에 공문서를 처리하거나 책을 읽으려 하면 종들이 촛불을 대령했습니다. 이에 이수광은 촛불을 끄고 등잔에 기름을 넣고 심지를 돋우어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백성이 공물로 만들어 바치는 초 한 자루라도 아끼려는 생각에서였죠. 그는 제사 때가 아니면 촛대를 방안에 들여놓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양초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지만, 그때는 순전히 벌집을 뭉쳐 만들기에 초 공납은 백성들의 고혈(사람의 기름과 피)이었음을 이수광은 알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