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의 집안 손질은 언제나 “신구간(新舊間)”에 하지요. 신구간은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간을 말하는 것인데 이때 모든 신들이 염라대왕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여도 탈이 없다고 믿는데, 집수리를 하거나 이사도 이때 많이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 무렵은 한 겨울인지라 먹거리가 부족했던 옛 사람들은 끼니 걱정이 컸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세끼 밥을 두 끼로 줄였습니다. 겨울철엔 나무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힘든 농사일은 없기 때문에 세끼 밥 먹기가 죄스러워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또 죽을 먹은 까닭으로 양식이 있는 겨울에 아껴서 돌아오는 보릿고개를 잘 넘기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좋은 난방시설 속에 살아가는 요즈음은 대한이나 소한 추위도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양식을 아껴 돌아오는 봄의 보릿고개까지 생각하던 미덕은 되새겨볼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