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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홍만종이 으뜸이라고 격찬한 “늙은 소나무” 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4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階前偃蓋一孤松(계전언개일고송) 계단 앞 누운 듯 서 있는 한 그루 외로운 소나무

   枝幹多年老作龍(지간다년로작룡) 가지와 줄기는 여러 해 지나 늙은 용의 모습이네

   歲暮風高揩病目(세모풍고개병목) 해 저물고 바람 거셀 제 병든 눈을 비비고 보니

   擬看千丈上靑空(의간천장상청공) 마치 천 길의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네



    

 

이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안(姜希顔, 1417~ 1464)<사우정영송(四友亭詠松)>이라는 한시입니다. 사우정이란 정자에 올라 누은 듯 서있는 소나무를 보고 노래한 시로 영물시(詠物詩)”의 하나입니다. 영물시란 자연계 또는 현실 생활 속의 구체적인 사물을 노래한 시가인데 영설(詠雪)’영매(詠梅)’, ‘영선(詠扇)’처럼 제목에 사물과 함께 읊을 영() 자가 들어가지요.

 

오랜 세월 늙어 마치 누운 듯한 노송(老松)의 위용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잘 묘사했습니다. 소나무는 늙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해는 또 저물어 가고 바람이 드센 날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고서 노송(老松)을 바라보니, 마치 천 길이나 되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지요. 홍만종(洪萬宗)은 자신의 책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이 시에 대해 격조가 가장 높다(격조최고(格調最高)).”라는 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 : 넘어지다 언,

  偃蓋(언개) : 일산(日傘, 양산)의 덮개가 넓게 펼쳐진 것처럼 소나무의 가지와 잎이 옆으로 누운

  모양새를 그린 말.

* : 줄기 ’, : 문지르다 ’, : 헤아릴(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