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2011년 대전 안정나씨 문중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한 여인의 목관에서 한글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울고 갑니다. 어머니 잘 모시고 아기 잘 기르시오. 내년 가을에나 나오고자 하오. 안부가 궁금합니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합니다. 가지마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사람을 보내 귀양살이를 시킨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군관 나신걸(1461∼1524)이 갑자기 북쪽 변방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고향에 있는 아내 신창 맹씨에게 쓴 한글편지입니다. 나신걸은 아내가 고생할 것을 염려해서 집안의 논밭을 다 남에게 소작을 주고 농사를 짓지 말라고 당부하지요. 또 노비나 세금, 부역, 공물 등 각종 집안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선물로 사서 보낸 분과 바늘은 모두 중국 수입품으로 초급 무관의 몇 달 치 월급을 털어서 샀을 것입니다.
2012년 5월 국가기록원은 500년 전 나신걸이 쓴 편지를 초음파 봉합처리 기법을 활용해 복원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라고 하지요. 이 나신걸의 편지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때인데 당시 이미 지방의 군관이 편지를 쓸 정도로 훈민정음은 널리 퍼졌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