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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차세대 명창, 신정혜가 부른 ‘범피중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56]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도 박상옥 명창이 무계원 풍류산방 음악회에서 불러준 상여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경기 남부지방에서는 처음에 굿거리로 <너거리 넘차> 소리를 하다가 <반맥이 굿거리>로 넘어간다는 점, 주요 구성음은 메나리 토리인데, 메나리란 뫼놀이의 음변이고, 산놀이, 산놀음을 뜻하는 말로 뫼는 산()이고, 놀이()로 음구성이나 가락은 지방마다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상여소리는 선소리꾼이 요령을 흔들어 장단을 맞추며 돌아간 망자의 입장에서, 또는 산 사람의 입장에서 망자를 보내는 슬픔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구성지고 처량한 소리란 점, 가사의 구조는 4, 4, 2개의 악구(樂句)가 짝이 되어 하나의 절()을 만들고, 한 절은 대부분 16자 구성이란 점, 가파른 산길이나 또는 외나무 다리를 통과할 경우에는 자진모리 장단의 빠른 <오 호~>소리로 마치어기영차소리와 같이 간결하고 단순한 가락으로 이어간다는 점, 상여소리는 대체적으로 느린 굿거리, 반맥이굿거리, 자진모리 등 3가지 형태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주에는 무계원 풍류산방에서 판소리를 열창해 준 신정혜 양의 심청가 중 범피중류(泛彼中流)’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신정혜양은 지난해 전주에서 개최된 전국판소리 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차세대 명창이다. 이 대회는 국립기관인 <무형유산원>과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판소리보존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대회여서 객관적 신뢰를 인정받는 경창대회로 알려져 있다. 객관적 신뢰를 인정받고 있다는 말은 하기 좋은 말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예를 들어 어느 소리꾼이 경연에 참가하게 된다면 그의 스승은 아예 심사위원에서 배제하는 점이라든지, 또는 자기가 경연에서 부를 대목의 사설을 미리 제출하여 정확성을 유지한다든지 하는 점이 타 대회와는 차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대상에 오른 신정혜는 30대 중반의 소리꾼이다.


그가 판소리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소리를 좋아했던 어머니의 권유로 10살 무렵, 지역의 학원에서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의 명문, <국립국악고교>를 졸업하였고, 이어서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신정혜는 20여 년 동안 국내 유명 명창들로부터 판소리 5대가를 다 배웠는데, 주운숙으로부터 심청가, 성창순에게 심청가와 흥보가, 송순섭에게 적벽가를 배워 이수한 다음, 유미리로부터 춘향가, 안숙선에게 수궁가를 배워 현존 판소리 5마당을 전부 배워 발표해 왔다.

 

소리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그는 일찌감치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남도민요 경창대회, KBS 국악 대경연 등에서 큰 상으로 이름을 내더니 지난해에는 전주에서 열린 판소리보존회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다. 이 대회에서 그는 심청가 가운데 심봉사가 심청이를 잃고 비문을 안고 우는 애절한 계면의 <타루비 대목>을 열창하여 심사위원 전원의 최고점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대학 졸업 후의 활동도 활발했다. <국립창극단>의 객원, 정동극장 예술단원으로 활동하였고, 창작 판소리극으로 닭들의 꿈>, ‘해와 달’, ‘대한제국 명탐정 홍설록’,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등에 참여하였다. 뿐만 아니라, ‘The 광대’, ‘이스터녹스’, ‘김덕수 일렉사물놀이등에 객원, 그밖에도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공연이나, ‘여성국극 황진이’, 이수자뎐 그 길을 따라 걷다’, ‘젊은 예인 풍류꾼’, 퓨전 재즈밴드 루나힐과 함께 재즈로 편곡한 민요도 음반에 수록되어 있다.


신정혜는 현재 오케스트라 <아리랑> 단원, <유대봉제 백인영류 가야금산조 보존회> 회원, 예인집단 <가시>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리꾼이지만, 고 백인영에게 가야금 산조와 시나위 가락, 수성가락을 익히고 추모공연과 백인영 제자들로 이루어진 <예랑실내악단>에서 가야금 연주와 소리공연을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1779() 서울 돈화문 국악당에서 심청가를 약 4시간에 걸쳐 완창하면서 그의 진면목을 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신정혜는 지난해 겨울, 무계원 풍류산방에 초대되었다. 그가 부른 대목은 심청가 중 범피중류대목이었다. 이 대목은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배를 타고 임당수로 가며 좌우의 산천경개를 읊는 부분이다. 느린 진양 장단위에 얹어 부르는 그 사설이나 가락이 일품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고 있고 또한 부르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김소희 명창 외 여러 명이 배를 타고 이 대목을 부르는 작품을 연출해서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부분은 가락이 멋스럽고 흥청거리는 대목이어서 뱃노래의 받는 소리 어허 야하, 어기야, , 야하을 삽입하여 합창곡으로 편곡한 노래들도 적지 않다.


 

원본의 시작부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범피중류 등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래, 어적이언마는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수난 날로 두고 이름이라. 장사를 지내갈

, 가 태부는 간 곳 없고, 굴 삼려 어복충혼 무량도 허도던가

(이하 생략)


사설이 다소 생소하고 어려워서 처음 대하는 독자를 위해 간단하게 풀어보도록 한다. 우선 범피중류(泛彼中流)’라는 말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떠가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백빈주(白蘋洲)라고 하는 곳은 하얀꽃이 피어 있는 물가섬의 지명. 이곳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홍요안이라고 하는 언덕으로 날아들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삼강(三江)이란 말은, 또 다른 사설에는 삼상(三湘)으로도 부르고 있는데, 이곳의 기러기가 한수(漢水), 곧 양자강의 지류로 알려져 있는 강으로 돌아드는 모습이고, 요량(嘹喨)은 맑은 소리, 어적(漁笛)은 어부들이 부는 피리소리를 뜻하는 말, 곡종(曲終)은 곡조는 끝이 났으나, 인불견(人不見) 곧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물위에 몇 개의 산봉오리(數峯)만 푸르다는 적막감이 감도는 내용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애내성중만고수(欸乃聲中萬古愁)는 한숨 속에 만고의 근심이 들어있다는 말로 심청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라 하겠다.

 

장사(長沙)는 중국의 도시 이름. 가태부의 는 사람이름, ‘태부는 벼슬 명, 그 유명한 굴원이 물에 빠져 죽은 곳을 지나면서 글을 지어 물속에 던져 그의 넋을 위로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이야기이다. 그 뒤에 나오는 굴 삼려는 초나라 사람으로 높은 벼슬에 있다가 쫓겨나 어부사를 짓고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어부사에는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밥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시를 남기고 물에 빠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러한 내용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심청의 사후를 염두에 두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다음, 신정혜의 힘과 공력이 담겨있는 창으로 소리를 듣고 난 감상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앙코르를 요청하는 것이다.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저 멀리 있던 판소리가 더더욱 내 몸 가까이 와 있는 듯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악과 등 돌리고 앉아있는 많은 이웃을 위해 앞으로 이러한 기회를 더욱 확대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깊게 만들어 주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