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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예전 사람들 아내와 남편 사이 “임자”라 불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8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요즘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배우자를 “와이프(wife)”라는 영어로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언어사대주의에 찌들지 않았던 예전 사람들은 “마누라”라는 말을 즐겨 썼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마누라”라는 말이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마누라”는 존칭의 뜻으로 쓰던 말입니다. 1882년 흥선대원군이 명성황후에게 보낸 편지는 “뎐 마누라 젼”으로 시작됩니다. 이때 “마누라”는 아주 높인 마무리 말과 함께 종종 같이 쓰여 궁중의 높은 인물을 가리키는 데 쓰던 말인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겨레는 아내와 남편 사이에 서로를 가리키며 ‘이녁’이라 했습니다. 전에 우리 신문에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을 연재했던 고 김수업 명예교수는 이를 서로가 상대 쪽을 가리키며 자기 스스로라고 하는 셈이라며, 아내와 남편 사이는 둘로 떨어지는 남남이 아니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곧 한 사람이니 ‘그녁’으로 부를 수는 없다고 여긴 것이라고 풀이 했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평등할 뿐만 아니라 아예 한 사람이기에, 상대가 곧 나 스스로라고 여겼다는 남녀평등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말입니다.

 

 

또 우리 겨레가 아내와 남편 사이를 부르는 말로 ‘임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임자’는 본디 ‘물건이나 짐승 따위를 제 것으로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여느 이름씨 낱말이지요. 요즘에는 ‘주인’이라는 한자말에 밀려서 주인자리를 빼앗긴 듯하지만, 우리가 아껴 써야하는 토박이말인 것입니다. 곧 서로가 상대를 자기의 ‘임자’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서로가 상대에게 매인 사람으로 여기고 상대를 자기의 주인이라고 불렀던 것이고, 아내와 남편 사이에 조금도 높낮이를 서로 달리하는 부름말을 쓰지는 않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