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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진밥ㆍ된밥을 함께 짓는 슬기로운 ‘언덕밥’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4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나라의 ‘밥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다. 밥 짓는 것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쌀을 정히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버리고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로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고 불을 때는데,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한번 불을 물렸다가 얼마쯤 뒤에 다시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꺼내지 않고 시종 뭉근한 불로 땐다.” 이는 서유구(徐有榘, 1764년 ~ 1845)가 쓴 조리서 《옹희잡지》란 책에 나오는 ‘밥짓기’ 이야기입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밥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밥의 종류도 무척이나 많았지요. 먼저 밥의 이름을 보면 임금이 먹는 ‘수라’, 어른에게 올리는 ‘진지’, 하인이 먹는 ‘입시’, 제사상에 올리는 ‘젯메’ 따위가 있습니다. 밥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이지요. 물론 벼를 깎은 정도에 따라 현미밥ㆍ7분도밥ㆍ백미밥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밥에 섞는 부재료에 따라서 오곡밥, 콩나물밥, 무맙, 감자밥, 밤밥, 굴밥, 거피팥밥, 햇보리밥, 청태콩밥 같은 것들도 있지요.

 

그런데 우리 겨레의 밥 가운데 슬기로운 밥이라면 ‘언덕밥’을 들 수 있습니다. ‘언덕밥’은 말 그대로 밥 짓는 방식을 보여 주는 말로 ‘솥 안에 있는 쌀을 언덕이 지게 하여, 한쪽은 질게, 한쪽은 되게 지은 밥’입니다. 이는 밥을 한 가지로만 짓지 아니하고, 한 번에 진밥과 된밥을 아울러 지음으로 식성이 다른 식구의 불평을 없앨 수 있는 슬기로운 밥 짓기 방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