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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송서와 율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0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퉁소 신아우보존회의 두 번째 정기 연주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퉁소 신아우는 함경남도가 무형문화재(보유자 - 동선본)로 지정한 종목이며 인접지역인 강원도 인제군 원통에서 연주회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 분단 이후 퉁소 음악이 위기에 처하자, 뜻있는 국악인들이 한국퉁소연구회를 결성, 단절의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퉁소는 과거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연주되었지만, 남쪽보다는 북쪽이 더더욱 활발했으며 연주회는 거문고와 퉁소의 2중주, 김진무의 함경도 민요창, 퉁소 음악과 북청의 사자놀음 등이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는 이야기, 평안도 황해도의 서도소리가 인천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것처럼, 함경도의 퉁소나 신아우 음악은 그 아랫마을인 강원도에서 보존, 전승해 나가다가 함경도 지방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종로구 있는 조계사 내의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에서는 송서ㆍ율창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공식명칭은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이었다. 국민 모두가 글을 읽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한 행사여서 그 의미가 각별했던 것이다.

 

이번 주에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송서(誦書)ㆍ율창(律唱)이란 장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송서(誦書)란 글 읽기이다. 소리를 내어 읽되, 밋밋하게 글자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높낮이를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그러면서 강과 약의 조화도 살려야 하고, 긴 음과 짧은 음가를 구별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글을 읽되, 그 내용을 음악적으로 구성지게 읽어 나가는 형태를 가리키는 장르이다.

 

율창이란 말에서 율(律)은 음(音)이다. 송서가 소설이나 산문을 낭송하는 형태라면 율창이란, 곧 시(詩)에 가락을 넣어 읊는 시창의 형태인 것이다.

 

책을 읽거나 시구(詩句)를 낭송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그것은 낭낭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어 읽는 송서나 율창의 형태라 하겠다.

 

‘소리 내어 읽는다.’는 말의 의미가 중요하다. 책에 적힌 글자들을 조용하게 눈으로 읽고 이해한다는 말이 아니라, 가락을 넣어 흥얼거리듯,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음악적으로 읽어 나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면 굳이 그 문장을 외우려 하지 않아도 암기는 저절로 될 것이다.

 

가령, 5~6시간, 또는 7~8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판소리 사설을 외울 때, 가락이나 장단을 붙여 소리 내어 부르면서 암기한다면 그것은 가능해도, 이것을 문장으로 암기하려 한다면 이는 매우 어렵다고 소리꾼들은 실토한다.

 

 

송서와 같이 소리 내어 음악적으로 읽는 방법이야말로 오래 읽는다 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며, 또한 훌륭한 문장이나 유명한 시(詩)구절에 가락을 얹고 장단을 타면서 소리 내어 읽게 되면, 주위의 듣는 사람들도 그 내용을 함께 읽고 있는 듯한 파급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송서와 율창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해 온 서울시 무형문화재위원회는 몇 해 전에, <송서와 율창>을 서울특별시문화재 제41호로 지정하면서 그 예능보유자로 유창(劉敞)씨를 인정한 바 있다. 보유자는 이문원-묵계월로 전해오는 전통적인 송서, <삼설기>를 이어받았으며 율창의 대부분도 퇴계의 후손인 이동술을 통해 전수받은 전통의 소리제라는 점에서 그 정통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송서와 율창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는 점은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책읽기의 중요성을 서울시가 오늘에 되살려 보겠다는 반가운 뜻이 담겨 있어 대환영이다. 아직은 그 이름이 생소하고, 부르는 형태를 이해하고 있는 학생이나 시민이 드물지만, 서울시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이의 확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과거 전통사회의 유산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면 그 종목은 저절로 보존이 되고, 자연스럽게 계승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대로 전승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대책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열의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보존책을 고민해야 하는 분야로는 <송서ㆍ율창>을 비롯하여 비인기 종목, 그리고 자생력이 약한 분야가 포함될 것이다. 이들은 전승구조가 취약해서 전승자의 층이 엷으며, 대중적 인지가 떨어져 배우려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송서ㆍ율창>분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보유자와 보존회원들이 힘을 합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송서ㆍ율창의 학술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전국국악학술대회를 열어 온 점, 공연활동을 통해 다수의 관객을 확보해 온 점, 새롭게 재구성한 음반을 제작해서 학교, 문화원, 방송 등을 중심으로 보급해 왔다는 점, 보존회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의 지부를 확대 설립하고, 전수자를 확보하여 전승교육에 최선을 다해 왔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이라는 송서ㆍ율창 경연대회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수상자를 격려하는 활동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문화신문 독자들에게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 행사내용을 소개하려는 뜻은 송서ㆍ율창의 멋스러움과 독특한 가치, 그 존재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의미있는 축제의 한 마당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