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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르고, 쓰다듬고, 어루만져 만들어지는 옹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3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그릇은 인류 문화와 그 궤를 같이합니다.

아마도 인류가 처음으로 만들어 쓴 그릇은 나뭇잎 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목기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합니다.

비교적 널리 분포하고 작업이 쉽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목기는 썩어 없어져 옛 모습을 추측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릇이 썩지 않는 토기가

주류를 이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바가지를 그릇으로 쓰기도 했고

플라스틱이나 놋으로 주발을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우며 현재에도 실용품으로

예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청자와 백자와 같은 도기입니다.

대부분의 그릇이 음식을 담거나 보관하는 용도라면

또 다른 그릇 옹기는 숨을 쉬기 때문에 음식을 숙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옹기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기품이 있고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성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냥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진흙이

옹기장이가 손으로 주무르고, 내려치고, 빙빙 돌리고,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과정을 통해 형태를 갖추어 갑니다.

 

그리고 1,2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져 옹기로 탄생하는 것이지요.

옹기장이의 수고와 펄펄 끓는 가마에서의 연단이 없다면

옹기는 탄생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길 가에 흔하게 보이는 볼품없는 진흙일 수 있습니다.

옹기장이와 가마처럼 좋은 스승과 훈련을 통한 연단을 거치면

누구나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탄생할 수 있겠지요.

빠르고 늦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