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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단숨에 오백 자루의 부채에 시를 쓰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영조 때의 중인 신분이었던 역관 이언진(李彦瑱)이 통신사 조엄을 따라 수행원으로 일본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언진은 일본인들에게 글씨와 문장으로 이름을 크게 떨쳤습니다. 특히 이언진처럼 시를 단숨에 짓고 글씨를 빨리 쓰는 사람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지요. 그러자 일본인들은 이언진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제안합니다. 부채 오백 자루에 시를 써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구름처럼 모여든 가운데 이언진은 순식간에 오백 자루의 부채에 시를 써주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런 이언진을 천재라 하면서 떠받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언진은 일본인들에게 많은 글을 써주고도 추호도 재물을 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네가 공부를 아무리 한다 한들 역관이 아니더냐?"라며 주위에서는 그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모든 이치가 책에 있다.“며 오로지 공부에 매달려 천재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그는 27살의 나이에 병으로 요절하고 말았지요. 이에 많은 사람들이 애통해했는데 특히 영조 때의 실학자 이용휴(李用休)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아래와 같은 시를 지었습니다. 이용휴는 이언진을 하늘에서 빌려온 천재라고 칭송하면서 이런 천재는 우리가 오랫동안 빌릴 수는 없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합니다.

 

五色非常鳥 오색빛의 아름다운 새가

偶集屋之脊 우연히 지붕에 날아와 앉았네

衆人爭來看 사람들이 몰려와 다투어 구경하니

驚起忽無跡 홀연히 날아가 자취를 감추었네

無故得千金 까닭없이 천금을 얻게 되면

其家必有災 그 집안에 필히 재앙이 내리지

矧此布世寶 하물며 이 세상에 드문 보배를

焉能久假哉 어찌 오랫동안 빌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