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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박연도 화백의 구상화, "세계평화의 염원" 전 열려

서울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박연도 구상화전, 9월 11일까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영감을 믿지 않는다. 나는 단지 그릴뿐이다. (I don’t believe in inspiration. I just keep working)” 이 말은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 베르나르 뷔페(1928-1999)가 한 말이다.

 

어제(7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연도(86세)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나는 문득  베르나르 뷔페의 이 말이 떠올랐다. 영감(靈感)으로 떡칠한 그림들이 판치는 세상을 일찌감치 베르나르 뷔페는 거부하고 ‘자신의 색깔’로 사물과 세상을 표현했다.

 

박연도 화백의 그림을 한 점 한 점 감상해 나가는 동안 나는 '구상화 작품'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꽃단장한 ‘시집가는 날’, 스무 살 처녀의 ‘성년을 맞이한 여자’, ‘꿈많은 어린이’ 등의 인물화 앞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내 유년 시절 바로 이웃집에서 보았던 너무도 정겨운 모습들이 그림 속에서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시골집을 그린 ‘평화스런 마을’, 갈매기 나는 ‘동해의 여름’, 물오리가 노니는 ‘방화 수류정’ 작품에서는 더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요즘 그림은 거의 추상화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박연도 화백의 구상 작품은 어쩌면 이 시대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하여 달려왔습니다. 제가 박 화백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면 볼수록 정감이 묻어나고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복잡하기만 한 추상화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지요.”

 

박연도 화백의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와서 감상하고 있다는 윤인숙 씨(65세, 여의도)는 친구들과 함께 일부러 그림을 감상하러 왔다고 했다.

 

함경남도 문천이 고향인 박연도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서 정년(1985~1998)을 하기까지 오랫동안 교단에서 후학을 길러내면서도 그림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모두 46점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골라 달라고 하니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112×200㎝, 2019)를 골라주었다.

 

 

“이 작품에는 안중근, 예수, 칸트, 석가, 노자, 소크라테스, 공자의 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안중근은 동양평화론 주장했고, 칸트는 세계평화론을 썼기에 옵서버로 넣었구요. 나머지 분들은 종교 수장이자, 동양의 선각자들입니다. 정치가들로서는 전쟁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세계 평화를 이룩하기 어려워 종교 수장들이 모여서 천상에서라도 세계 평화를 논의할 수 있을까 싶어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요. 마호메트도 넣고 싶었지만, IS가 출현하여 문화파괴를 하여 빼고 대신 도덕경을 쓴 노자를 넣었습니다.”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 그림 앞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는 박연도 화백은 이 그림을 15년 전에 구상하여 각 인물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실제 작품에 걸린 시간은 1년 3개월여라고 했다.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112×200㎝, 2019)는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품인 데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평화의 사절(使節)’이라 그런지 왠지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이다. 어지러운 세태에 ‘천상 세계에서라도 평화를 이룩하는 데 이바지해주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을 들은 관람객들은 이 그림 앞에서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계절이  성큼 가을로 들어서고 있는 이 계절에 그림 감상은 더없이 안성맞춤인듯하다.

 

 

 

 

 

<박연도 화백 연보>

1933. 함경남도 문천

1947 서울중학교 입학(군복무)

1956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56-196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1970-1975 삼선고,영등포여자고, 경기중고교 교사

1976-1985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2대 학장 역임)

1985-1998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정년퇴임)

1998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17회전), 운영위원장(31회전) 역임

2013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1959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전 및 단체전 다수

 

<박연도 화백 작품전 안내>

서울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서울 서초구 효령로72길 60 전아트센터 1층)

2019.8.26.~9.11

문의 02-2105-81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