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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볏짚으로 만든 붓 고필, 노루털의 장액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0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四友相須獨號君  네 친구가 서로 어울리되 너만을 임금이라 함은

中書總記古今文  고금의 문장을 너만으로 쓰기 때문이리라.

銳精隨世昇沈別  출세하고 낙오함도 네 힘에 달렸고

尖舌由人巧拙分  영리하고 우둔함도 네 혀끝에 달렸도다.

 

김삿갓이 지은 “붓”이란 제목의 시입니다. 예전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였던 붓은 보통 짐승 털로 만든 모필(毛筆)이었지만 그 밖에도 대나무로 만든 죽필(竹筆), 볏짚으로 만든 고필(藁筆), 닭 목의 털로 만드는 닭털붓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쓰였던 것은 양털로 만든 양호필(羊毫筆)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족제비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 황서붓-黃鼠筆)이 유명했으며, 중국 문헌에서는 이 붓을 낭미필(狼尾筆)ㆍ서랑모필(鼠狼毛筆) 또는 성성모필(猩猩毛筆)이라 했는데, 일찍부터 중국에 수출되었지요.

 

 

그밖에 붓을 만드는 털로는 노루 앞가슴 털로 만들어 붓 가운데 가장 부드럽다는 장액필(獐腋筆)을 비롯하여 여우ㆍ토끼ㆍ이리ㆍ사슴ㆍ호랑이ㆍ산돼지ㆍ살쾡이ㆍ담비ㆍ개ㆍ말은 물론 쥐수염까지도 붓으로 쓰였습니다. 20여 년 전에만 해도 누구나 썼던 만년필ㆍ볼펜마저도 이젠 별로 쓰지 않고, 모든 걸 컴퓨터나 슬기말틀(스마트폰)로 해결하고 있는데, 예전 선비에게 붓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김삿갓이 출세함도, 영리하고 우둔함도 붓에 달렸다고 노래했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