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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중국ㆍ일본에는 없는 가구 ‘편지꽂이’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0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에는 책을 놓고 읽거나 붓글씨를 쓰던 낮은 책상 서안(書案), 사방이 트여 있고 여러 단으로 된 사방탁자(四方卓子), 여러 권이 한 질로 된 책들을 정리, 보관하는 궤인 책궤(冊櫃), 안방의 보료 옆이나 창 밑에 두고 문서ㆍ편지ㆍ서류 같은 물건이나 일상용 기물들을 보관하는 가구인 문갑(文匣) 같은 소박한 가구들이 꼭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방에는 그것 말고도 선비들이 아끼던 ‘고비’ 곧 ‘편지꽂이’도 있었지요. 편지꽂이는 방이나 마루의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간단한 종이말이 같은 것을 꽂아두는 실내용 세간을 말합니다. 고비는 가벼운 판자나 대나무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위아래를 길게 내리 걸도록 만들었지요. 또 두꺼운 종이로 주머니나 상자모양으로 만들기도 하고, 종이띠를 멜빵 모양이나 X자형으로 벽에 붙여서 쓴 소박한 형태도 있었습니다. 등판과 앞판 사이를 6∼9㎝쯤 떼어 2∼3단 가로질러 놓음으로써 편지를 넣어두기에 알맞게 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 편지꽂이를 ‘考備’, 또는 ‘高飛’처럼 한자로 쓰기도 하지만 이는 소리를 빌려 쓴 취음일 따름입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만영(李晩永)이 1798년(정조 22)에 엮은 《재물보(才物譜)》에서는 “편지꽂이를 서팔이라 하고, 따로 지와자(紙窩子)는 ‘고삭고비’라 일컫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빗ㆍ빗솔ㆍ빗치개ㆍ가르마꼬챙이ㆍ뒤꽂이ㆍ동곳 따위를 넣어 두는 ‘빗접고비’도 있지요. 사랑방 고비와 달리 안방용 고비는 채색으로 무늬를 그리거나 색종이를 오려 붙여서 치레했습니다. 편지꽂이는 중국ㆍ일본의 가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우리나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