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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임금과 왕비가 보낸 한글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5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는 최만리를 비롯한 대다수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훈민정음을 창제했어도 왕실이나 사대부들이 훈민정음이 언문이라며 외면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해지는 문헌을 보면 임금부터 왕실 어른들은 한글로 편지를 썼음을 알 수 있지요. 또 이렇게 왕실이 한글편지를 썼다면 사대부 벼슬아치들도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정조임금은 어렸을 때부터 한글을 썼던 임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정조가 만 3~4살부터 46살 때인 정조 22년(1798년)까지 큰외숙모인 여흥민씨(驪興閔氏)에게 보낸 한글편지 16점을 모아 묵은 편지첩 《정조국문어필첩(正祖國文御筆帖)》이 그 확실한 증거입니다. 《정조국문어필첩》에 보면 5~6살 무렵 쓴 한글편지의 내용에 “가을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기를 바라오며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도 그리워하였사온데 어제 봉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하였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고 하시오니 기쁘옵나이다. 원손”이라고 되어 있어 어린 정조의 의젓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우리에겐 선조가 옹주에게 보내는 편지도 남아 있지요. 선조가 아픈 옹주의 건강을 염려하며 쓴 것으로 아버지로서 딸을 염려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편지입니다. 내용을 보면 자연히 나을 것이라며 딸에게 염려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물론 한자도 섞인 편지지만 한글이 주로 쓰였음을 볼 수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가 보내는 한글편지도 있는데 고모가 아프다는 것을 듣고 약재 목록을 보내주면 약을 구해다 주겠다고 한 편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훈민정음은 창제 이후 한자와 함께 당당히 쓰인 조선의 또 하나의 공식 문자였음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