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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나희덕, <어느 봄날>
[겨레문화와 시마을 13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느 봄날

 

                                            - 나희덕​

 

   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이제 봄. 진달래, 철쭉, 영산홍이 다투어 피는 계절이다. 꽃들은 비슷비슷해서 언뜻 헷갈리기에 십상이다. 무엇이 다를까?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는 김소월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아름 따라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라고 노래했다. 진달래는 겨울이 지나자마자 봄을 알리려고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피기에 철쭉이나 영산홍보다 우리와 먼저 만난다. 그래서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철쭉은 잎이 나온 다음에 꽃이 핀다. 특히 진달래화전 등 음식으로 해 먹을 수 있어 ‘참꽃’으로 불리지만, 철쭉 종류에 글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란 독성물질이 들어 있기에 먹을 수 없어 ‘개꽃’으로 불린다. 지리산 바래봉의 유명한 철쭉 군락지는 양떼를 놓아 기르는데 먹성 좋은 양들이 다른 나무들은 모두 먹어 치웠지만, 철쭉은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양들은 철쭉에 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먹지 않기에 아름다운 철쭉 군락지로 남겨 놓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산홍은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사쓰끼철쭉(サツキツツジ)을 바탕으로 하여 개량한 철쭉의 원예품종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안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세종 23년(1441) 봄, 일본에서 일본철쭉 두어 분을 조공으로 보내왔다.”라는 기록이 있다. 영산홍은 꽃, 잎, 생김새까지 우리나라 산철쭉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산철쭉보다 키가 작고 잎도 작다. 특히 영산홍은 철쭉과 달리 늘 푸른 나무거나 반상록인 데 반해 산철쭉은 잎이 떨어지는 갈잎나무란 점이 다르다.

 

여기 나희덕 시인은 <어느 봄날>에서 노래한다.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우두커니 서 있단다. 이렇게 봄날이 오면 진달래든, 철쭉이든, 영산홍이든 꽃비가 오고 꽃에 취해서 우두커니 서 있는 이들을 우리는 곳곳에서 본다. 그들은 아마도 꽃멀미에 진통을 하는 건지 모른다. 그래도 그 진통을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