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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입술에 봄 졸음이 떠돌아라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겨레문화와 시마을 13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조선후기 현감을 지낸 화원으로 화재 변상벽(卞相璧)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영모(翎毛, 새와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 동물, 인물초상을 잘 그렸다. 1850년 무렵에 나온 편저자를 모르는 《진휘속고(震彙續攷)》라는 책에 따르면 “화재는 고양이를 잘 그려서 별명이 ‘변고양이’였다. 초상화 솜씨가 대단해서 당대의 국수(國手)라고 일컬었다. 그가 그린 초상화는 백(百)을 넘게 헤아린다.”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특히 변상벽의 대표작 <참새와 고양이(묘작도, 猫雀圖)>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참새를 쫓아 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 아래에 있는 동무를 내려다보는 그림으로 고양이의 털을 잔 붓질로 일일이 꼼꼼하게 묘사한 영모화다. 이 그림은 봄기운이 물씬 나지만 사실은 그림을 선물한 사람의 축원이 담겨 있다. 고양이 ‘묘(猫)’와 70살 노인을 뜻하는 ‘모(耄)’는 둘 다 중국 발음으로 ‘마오’라고 같은 소리 나기 때문에 고양이는 70살 된 노인을 뜻하고 참새 ‘작(雀)’과 까치 ‘작(鵲)’의 소리가 같아서 참새는 기쁜 소식을 뜻한다. 따라서 이 그림은 70 고희를 맞는 노인에게 생일을 축하하고, 그의 자식이 입신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여기 이장희 시인은 그의 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라고 노래한다. 그뿐이 아니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라고 읊조린다. 또 고양이 입술에는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고 수염에는 푸른 봄의 생기가 뛰논단다. 이렇게 이장희 시인은 고양이의 털과 눈, 그리고 입술과 수염을 통해서 봄을 나긋하게 얘기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