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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땅에 엎드려 오시는 비를 마중하네

김용화, <곡우 단비>
[겨레문화와 시마을 13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곡우 단비

 

                                                 - 김용화

 

   하늘이 때를 알아 비를 내리십니다

   달팽이는 긴 뿔대를 세우고

   가재는 바위를 굴리며

   청개구리는 연잎 위에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물새는 수면을 차고 날며

   잉어는 못 위로 뛰어올라

   농부는 땅에 엎드려

   온몸으로, 오시는 비를 마중합니다

 

 

 

 

며칠 뒤면(4월 20일) 24절기의 여섯째로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다. 이 무렵부터 못자리를 마련하는 일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는데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해온다.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곡우 때가 되면 농사 준비에 바쁘다. 이제 못자리에 뿌릴 볍씨 소독도 해야 하고 못자리를 만들어 볍씨도 뿌려야 한다.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농촌도 기계화가 되어 쉽게 농사를 쉽게 짓는 때가 되었지만, 예전엔 천수답(天水畓) 곧 천둥지기는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비라고 했을까? 모심을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임금까지 나서서 기우제를 지내야만 했다.

 

여기 김용화 시인은 <곡우 단비>라는 시에서 “하늘이 때를 알아 비를 내리십니다”라고 노래하며 비님을 받든다. 또 “달팽이는 긴 뿔대를 세우고 ... 청개구리는 연잎 위에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비를 맞는다고 하며, 심지어 농부는 땅에 엎드려 온몸으로, 오시는 비를 마중한단다. 때를 알아서 하늘에서 내려오시는 비야말로 한해 농사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온 식구들의 한해 양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곡우 무렵 볍씨를 담기 전날 밤에는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할까 봐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는 세시풍속도 전해진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