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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뜬 달은 물을 쏟으면 없어지는 것을

이규보, <우물 속 달을 읊다>
[겨레문화와 시마을 13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詠井中月(영정중월)

             우물 속 달을 읊다

 

                                           - 이규보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

     병 속에 물과 함께 길어 담았네

     절에 다다르면 응당 깨달으리라

     병 기울이면 달 또한 텅 빈다는 것을

 

 

 

 

고려 무신정권 때 문신이었던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국선생전(麴先生傳), 《백운소설(白雲小說)》 등을 남긴 문장가였다. 특히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있는 영웅서사시 동명왕편(東明王篇)은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을 우리 겨레의 영웅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유명하며, 국란의 와중에 고통을 겪는 농민들의 삶에도 주목, 여러 편의 시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최씨 무신정권에 부역한 사람이라는 혹평도 있다.

 

그는 자기의 한시 <詠井中月(영정중월)> 곧 '우물 속 달을 읊다'에서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 / 병 속에 물과 함께 길어 담았네”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절에 다다르면 당 깨달으리라 / 병 기울이면 달 또한 텅 빈다는 것을”이라고 썼다.

 

법당의 주련으로 많이 쓰는 게송(偈頌,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 가운데 ‘千江有水千江月(천강유수천강월)’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일천이나 되는 강에 달이 비친다고 하여 달이 일천 개가 되는 것이 아님을 얘기하고 있다. 이 게송이 바로 “우물 속 달을 읊다”와 같은 뜻을 담은 것이리라. 강에 비친 달을 건져내려고 병에 물을 담지만, 절에 가서 쏟아보면 이미 달은 없다. 허망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