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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내린 꽃비, 나는 밟지 않으려네

문현수, <봄비 꽃비>
[겨레문화와 시마을 13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비 꽃비

 

                             - 문현수

 

     아침에

     잠시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봄비가 무거운지

     꽃잎들이 바닥에 내려와

     봄비와 어울려 나부끼니

 

     봄비가 온 것인지

     꽃비가 온 것인지

     거리에는 아름다운

     연분홍 꽃잎들이 길을 수놓고

 

     꽃잎 하나라도 덜 밟으려고

     이리저리 피하지만

     그래도 내 발 밑에 숨는구나

 

 

 

 

어제, 오늘 비가 줄기차게 온다. 일부 지방은 장대비가 내린다고 하고 남해에는 260.5mm나 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올 때 기상청은 ’호우주의보‘라는 말을 쓰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호우(豪雨)”를 찾아보면 《순종부록》 1925년 7월 20일 기록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올 뿐이다. 그런데 이 《순종부록》은 일본인들의 간여하거나 쓴 것이기 때문에 크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자 “豪(호)”는 호걸이란 긍정적인 뜻이 있지만, 큰비가 사람들에게 호인이나 귀인같이 좋은 손님일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조선왕조실록》 통틀어 《순종부록》에 단 한 번 나오는 이 “호우(豪雨)”는 분명히 우리가 쓰던 우리말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대신 “대우(大雨)”를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보면 무려 960번이나 등장한다.

 

따라서 ’호우‘ 대신 큰비를 뜻하는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 무더기비, 자드락비, 채찍비, 억수, 달구비 같은 말을 쓰면 좋을 일이다. 거기에 더하여 비를 가리키는 예쁜 말이 참 많은데 봄에는 ‘가랑비’, ‘보슬비’, ‘이슬비’가 오고, 모종철에 맞게 내리는 ‘모종비’, 모낼 무렵 한목에 오는 ‘목비’도 있다. 여름에 비가 내리면 일을 못 하고 잠을 잔다고 하여 ‘잠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시원한 소나기가 내린다. 그리고 가을에 비가 내리면 떡을 해 먹는다고 ‘떡비’라 하고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찔끔 내리는 ‘먼지잼’도 있으며,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여우비’, 아직 비가 올 기미는 있지만 한창 내리다 잠깐 그친 ‘웃비’ 같은 말도 있다.

 

여기 문현수 시인은 그의 시 <봄비 꽃비>에서 “봄비가 무거운지 꽃잎들이 바닥에 내려와 봄비와 어울려 나부끼니 봄비가 온 것인지 꽃비가 온 것인지” 모르겠단다. 그런데 시인은 “꽃잎 하나라도 덜 밟으려고 이리저리 피하지만 그래도 내 발 밑에 숨는구나”라고 노래한다. 역시 시인의 마음은 바닥에 내려온 꽃잎들을 밟지 안으려 무진 애를 쓴다. 시인은 자기 가슴에 사랑이란 촛불을 키워놓는다고 하는데 문형수 시인도 그런가 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