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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면 같이 웃고 울던 봄날

손로원, <봄날은 간다>
[겨레문화와 시마을 13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은 간다

 

                                      - 손로원 작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위 노래는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뱍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은 1953년에 쓰인 것인데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계간 《시인세계》 2004년 봄호) 1위에 꼽혔다. 또 여전히 이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좋아하고 있으며, 이미자, 배호, 조용필, 나훈아, 최헌, 김정호, 심수봉, 김도향, 이동원, 장사익, 한영애 등 유명 가수들이 이 노래를 자신만의 창법으로 다시 불렀을 정도로. 이 노래는 '치명적 매력'이 담겨 있다.

 

가사에서는 성황당 길에 옷고름 씹어가며 꽃이 피면 같이 웃었다고 노래한다. 지금이야 없는 서낭당이라고도 하는 성황당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셔 놓은 신당을 말함이다. 예전 마을마다 있던 성황당 길에 한복의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옷고름을 씹어가며 임과 다시 만나자며 맹세하던 그 봄날은 지금 가고 있다. 그 임은 다시 올지, 말지 모른다. 하지만, 혹시 사랑하는 내 임이 오시려나 기다리며 산제비처럼 성황당 가는 길을 지금도 마음속으론 왔다 갔다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노래에서 가장 높은 음역으로 울부짖어야만 하는 “꽃이 피면 같이 웃고 / 꽃이 지면 같이 울던”이란 대목에 다다르면 어쩌면 우리는 왈칵 울음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아련한 첫사랑의 그리움이 못내 서러워지면서 말이다. 노래는 단순히 선율만 좋아야 하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 시어 속에 담금질 된 우리의 속마음을 풀어낼 수가 있어야 한다. 김윤아가 작사하고 노래한 <봄날은 간다>에서도 “눈을 감으면 문득 / 그리운 날의 기억 /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라고 했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