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배흘림기둥 끌어안고 가만 울어나 보렴

이정환,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겨레문화와 시마을 1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 이정환

 

   배흘림기둥 끌어안고 가만 울어나 보렴

   참으로 눈물 날 일

   하고 많은 이 세상에

   참으로

   눈물날 일이지

   저물녘 서녘 하늘

   이곳까지 와서

   그대 껴안고 울다니

   소백 연봉이 하냥 저물고 있어서 그런가

   마침내

   뜬돌돼버린

   붉은바람 탓인가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 그곳에는 아미타여래 불상을 모신 부석사의 중심 건물 무량수전이 있다. 그런데 무량수전보다 더 유명세를 타는 것은 무량수전을 받치고 있는 ‘배흘림기둥’이다. ‘배흘림기둥’은 단면이 원형인 원기둥 가운데 허리부분의 지름을 가장 크게 하고 기둥머리와 기둥뿌리로 갈수록 지름 크기를 줄인 항아리 모양의 기둥을 말한다. 이에 견주어 기둥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의 지름을 크게 한 기둥은 민흘림기둥이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이 글은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이 그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쓴 것으로 배흘림기둥을 참으로 아름답게 소개했다. 이 덕분에 배흘림기둥은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배흘림기둥은 부석사 무량수전말고도 강진 무위사 극락전, 구례 화엄사 대웅전에서 볼 수 있는데 목재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기둥이다. 고즈넉한 산사의 아름다움에는 배흘림기둥도 한몫하고 있음이다.

 

여기 이정환 시인은 그의 시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에서 “배흘림기둥 끌어안고 가만 울어나 보렴 / 참으로 눈물 날 일 / 하고 많은 이 세상에 / 참으로 / 눈물날 일이지”라고 노래한다. ‘배흘림기둥’을 끌어안고 울 수 있는 것은 ‘배흘림기둥’이 목재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못생겼든, 잘 생겼든 그대로 인정해주는 도목수의 손에 우리는 깊이 감사하고 울 수도 있음이다. 나를 억지로 세상에 꿰맞추는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세상에 내놓음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