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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파초 잎에서 노래하네

추사 김정희, <취우(驟雨, 소나기)>
[겨레문화와 시마을 14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취우(驟雨, 소나기)

 

                                                                        - 추사 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사이에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몇 봉우리 서쪽에 비 품은 구름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더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추사 김정희가 쓴 글 가운데는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정경을 노래한 <취우(驟雨)>란 제목의 한시도 있다. ‘취우(驟雨)’는 소나기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한여름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이 기다린다. 지루하게 오래 내려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후두둑 내리기 시작하여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진다.

 

 

<취우>를 읽으면 멀리 산봉우리 서쪽에는 비를 품은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데,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가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고 있다고 노래한다. 시는 이렇게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 김광균의 와사등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제 소서를 지나고 한여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다 보니 냉방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선풍기도 없던 예전 선비들은 오히려 치열하게 삶을 살았다 조선의 대학자 김정희는 순조 16(1816) 7월 불볕더위 속을 뚫고 북한산에 올라 그곳에 있던 진흥왕순수비를 발견, 탁본했다. 그 뒤 그는 침식을 잊은 채 비문을 판독한 다음 그 비가 진흥왕순수비임을 밝혀냈다. 그야말로 치열한 삶이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