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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도깨비와 막걸리를

함민영, <도깨비와 함께 막걸리를>
[겨레문화와 시마을 15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도깨비와 함께 막거리를

 

                                                    - 함민영

 

   꿈에서 도깨비가 나랑 씨름하자고 하네

   아홉 번 지고

   할머니가 일러준 게 생각나서

   열 번째 왼발로 감아 넘기니 넘어갔네.

 

   그 도깨비 막걸리를 좋아하고, 메밀묵과 수수팥떡도 좋아한다네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절대 해코지하지 않으며

   도깨비는 오히려 사람에게 신통력을 부려 도와준다네

   그런데 문득 내 앞에 도깨비가 나타나 함께 막걸리를 마셨으면 좋겠네.

 

 

 

열대야에 잠 못 드는 한여름이다. 이때쯤이면 어릴 적 긴긴 여름밤에 모깃불 놓고, 옥수수를 쪄먹으며 옛날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따위를 듣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때 들었던 도깨비는 '키가 팔대장 같은 넘', '커다란 엄두리 총각', '다리 밑에서 패랭이 쓴 놈', '장승만한 놈'이라고 했다. 도깨비는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한다. 심술을 부리기도 하는 데 힘이 장사며,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망하게 하기도 한단다. 이렇게 신통력을 가졌음에도 우직하고 소박하여 인간의 꾀에 넘어가는 바보 같은 면도 있다. 또 사람의 간교함에 복수를 하기도 하지만 되레 잘되게 도와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나.

 

참고로 예전 그림책의 도깨비를 보면 머리에 뿔이 하나 달리고 커다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있으며 포악하기도 했다. 우리 겨레의 설화에 보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얼굴 위로는 봤다는 얘기가 없는데 말이다. 여기서 분명히 할 건 뿔 하나 달린 것은 일본 도깨비 ‘오니’며 오니는 포악한 도깨비다. 도깨비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도깨비가 우리 도깨비로 둔갑한 거다. 머리에 뿔 달리고 방망이를 든 건은 우리 도깨비가 아님을 분명히 하자.

 

여기 함민영 시인의 시 <도깨비와 함께 막걸리를>에는 꿈에서 도깨비가 씨름하자고 해서 왼발로 감아 넘기니 넘어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도깨비는 오히려 사람에게 신통력을 부려 도와준다네”라며, “문득 내 앞에 도깨비가 나타나 함께 막걸리를 마셨으면 좋겠네”라고 노래한다. 어쩌면 도깨비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다가 신통력으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게 해주는 꿈을 꾸는 것은 소시민의 소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