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지붕 위의 새끼 염소, 늑대를 놀려

가득 차면서도 넘치지 말아야 한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17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만이불일(滿而不溢)’

"가득 차면서도 넘치지 않는다."라는 말씀입니다.

승진하여 윗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교만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넘치지 않는 지혜가 있다면 위태롭지 않습니다.

그것이 오래도록 존귀함을 지켜주지요.

 

공자는 인(仁)을 강조했습니다.

이 글자를 파자하면 人이 두 개가 나옵니다.

곧 두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지요.

이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보다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높은 지붕 위에 올라간 새끼 염소는 늑대가 올라올 수 없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늑대를 놀려댑니다.

늑대는 새끼 염소를 올려다보며 말하지요.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네가 지금 우쭐거릴 수 있는 건 네가 잘나서가 아니라

네가 서 있는 그 자리 때문이란다."

윗자리에서도 겸손하게 아래를 올려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중국 전국시대 오기라는 장수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하여 아내를 죽인 무자비함 때문에 역사적으로 폄훼된 인물입니다.

지금도 오기 부리지 말라는 말씀이 있고 보면

오기라는 인물이 그다지 좋은 평을 받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그의 장수로서의 행동은 본받을 것이 많습니다.

 

오기는 장수였지만 병졸들과 똑같이 입었고,

똑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똑같은 조건의 잠자리에서 자고,

행군할 때는 수레에서 내려 같이 짐을 지고 걸었다고 합니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솔선수범한 장수를 본 병졸은

그에게 충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지요.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습니다.

위치에 따른 처신이 오기처럼 극단적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가득 차면서도 넘치지 않는 것처럼 위에 있을수록

겸손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