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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철학자의 길

철학이 살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17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라 밖 여행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도시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입니다.

도시가 참으로 아름다웠거든요.

특히 네카강 북쪽 언덕에 나 있는 철학자의 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를테오도어 다리를 건너서 좁고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이 길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와

독일의 대문호 괴테, 쉴러, 노발리스 등이 이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위대한 인물의 발자취도 멋스럽지만

철학자의 길 끝, 네카강 북쪽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이델베르크의 풍경은 환상적입니다.

초록 숲과 나지막한 건물들, 웅장한 하이델베르크 고성,

멋진 다리와 그 끝을 장식한 쌍둥이 탑문. 네카강의 잔잔한 물결….

 

이 길을 걷다 보면, 철학자가 아닌 사람도 철학자 못지않게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습니다.

약간의 오르막이어서 사색하면서 걷기에는 참 좋은 곳이지요.

 

요즘 사회를 철학의 실종 시대라 규정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철학이라는 과목을 거의 가르치지 않습니다.

진학이나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일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철학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 따라 흘러가기는 쉽지만, 물을 거슬러 가기는 어렵습니다.

썩은 나무토막은 물 따라 흐르지만 살아있는 연어는 물을 거슬러 오릅니다.

진정한 철학자는 체제찬양보다는 발전적 비판 정신을 가집니다.

찬양은 달콤하지만, 지배계급을 타락시키게 되고,

비판은 쓰지만, 지배계급을 더욱더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그 이유는 신들을 부정했다는 불경죄와

아테네 청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사회를 예리한 비판 정신으로 바라본 그의 정신이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철학이 살아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생각할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혹시 그것이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에 도전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건강한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