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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귀가 커진 달팽이

이사향, <달팽이>
[겨레문화와 시마을 15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달 팽 이

 

                                       - 이시향

 

 

   남의 말 듣는 게 좋아 달팽이는

   느릿느릿 걷습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달팽이는

   귀가 몸보다 커다랗게 되었습니다.

 

   남이 한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달팽이관 안에

   작아진 몸을 집어넣은 달팽이가

 

   느릿느릿 걷습니다.

 

 

 

 

조선시대 으뜸으로 손꼽을 문예부흥기를 이루었던 세종 때 신하들 가운데 인품이나 경륜, 학식 등에 있어 세종에 버금갈 학자들이 많았음은 물론 선왕이었던 태종 때부터 정승 반열에 있던 노련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세종은 크게 삐걱거림 없이 그들을 이끌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세종은 학문을 연구하고 정책을 토론하는 경연을 종요롭게 생각하여 재위 기간 무려 1,898회나 열었는데 매달 5회 정도 경연을 연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연 석상에서 세종은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신하의 말이나,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 못마땅한 발언에 대해서도 이를 곧바로 공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세종은 일단 “경의 말이 좋다”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뒤, “이런 면은 어떻겠는가, 이러이러한 점까지 고려하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라며 부드럽게 자기 뜻과 주장을 펼쳤다. 세종은 임금의 권위만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신하를 몰아세우는 임금이 아니라 그들의 얘기를 모두 들어주며 다독거렸기에 내로라하는 신하들을 무리 없이 끌고 나갔음은 물론 조선시대 으뜸 문예부흥기를 이를 수 있었다.

 

여기 이시향 시인은 그의 시 <달팽이>에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달팽이는 귀가 몸보다 커다랗게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또 그러면서 달팽이는 남이 한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달팽이관 안에 작아진 몸을 집어 넣었단다. 어쩌면 세종이 달팽이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시인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요즘 사람들에게 따끔한 쓴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느릿느릿하게 걷더라도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말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