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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우리가 시위하게 되다니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는 지방자치단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1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내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 단지로서 도로명 주소로는 연서로 44길에 얼마... 이렇게 되어 있는데 속칭은 폭포동이고, 이 근처에 오면 안내판에도 폭포동이라고 써 있다. 그것은 단지 동쪽에 있는 북한산의 산 중턱에 바위틈으로 파인 물길을 따라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이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려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폭포가 흐르는 골짜기, 곧 폭포동이 되는 것이다. 이곳은 북한산 북서쪽의 등산로나 산책로, 둘레길 등이 단지를 둘러싸고 있고, 여기에 세워진 아파트 건물도 동간 거리를 충분히 두고 있어 주거환경으로서는 쾌적하다. 필자도 3년 반 전 이곳에 이사와 이런 환경에 만족하며 은퇴 후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이곳 주민들이 구청 앞에 몰려가서 시위를 했다.

 

 

 

주민 250여 명이 참여해 은평구청 입구에서 시위했는데 시위의 구호는 불광중~폭포동 사이에 도로개설 계획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이 도로가 도로개설에 따른 실이익은 없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 환경을 크게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구청은 우리 단지에서부터 뒷길로 불광중학교로 이어지도록 폭 12미터, 길이 400미터의 도로를 새로 개설해 이 일대의 교통 흐름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지난해 구청장 선거에서 현 구청장 측이 공약이라고 느닷없이 들고나올 때만 해도 주민들은 설마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시설계를 마치고 다음 달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주민들의 마음이 급해져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고 버스 6대로 나누어 구청 앞으로 가서 개설계획을 철회하라고 한 시간 이상 시위를 한 것이다. ​

 

사실 이곳 아파트는 면적이 좀 넓은 중대형아파트들이 주축이고, 주민들은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이 좋아 이곳에 사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기에 단지 안쪽으로는 버스가 다니는 대로에서 한 참 걸어들어와야 하지만, 마을버스가 들어오는 것도 반대하고 걸어 다니는 것인데 이 단지 동쪽 산 밑으로 산을 깎고 길을 내면 단지 내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 환경이 나빠질 것은 불문가지다.

 

그것보다도 지금 도로를 낸다는 곳의 도로 끝에는 기존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어 거기에 병목현상이 지금도 있는데 그쪽은 그냥 두고 도로를 내면 병목현상이 심화해 차량 통행이 더욱 막힐 것이고 그러면 단지 내에 수시로 정체되는 차량들이 배기가스를 쏟아낼 것이다. 뭐 이유야 많지만 그런저런 사정 때문에 주민들은 반대해 왔는데 구청 측은 반대하는 주민들이 일부라고 평가하고는 밀어붙이다 보니 주민들이 더욱 강력한 반대를 위해 뭉치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사실 우리 주민들도 다른 지역에서 자기 동네에 무엇이든 들어서려고 하면 반대를 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고, 그러한 님비현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양식은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우리에게 문제가 닥치니 주민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된 것이다.

 

 

구청 측은 은평뉴타운의 교통수요를 이 도로개설을 통해 분산시키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라고 한다. 또 개설되는 도로는 뉴타운에서 시내 중심으로 향하는 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로를 신설해도 터널로 이어지는 거리는 조금도 짧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기존의 도로가 차가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여서 차량 교행과 보행자에게 위험을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은 실익 없는 도로보다는 북한산 둘레길의 자연한경이 보존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섣부른 개발논리로 파괴하면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된다고 길옆에 플래카드를 내건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주민들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면 위 사진에서처럼 아파트 단지 내 여러 군데에 영향이 가고 맑은 공기는 정체되는 차량 배가가스와 분진, 차량 소음으로 크게 훼손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우선 도로를 개설하고 추후 문제가 되면 그때 수정하겠다는 식으로 도로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주민들이 도로개설 의도를 의심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이 구간은 원래 북한산 둘레길 8구간, 하늘정원길의 일부로서 곳곳에 계곡이 있고 나무가 울창하고 산책길이 멋지기에 하늘정원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곳인데, 이런 자연환경을 최대한 지켜주는 것이 행정당국의 책임이자 의무인데도 환경훼손을 무릅쓰고, 주민들이 모두 반대하는 도로개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나 같은 사람도 반대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아직 구청에서는 우리 시위에 대해 아무런 태도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사이에 또 변수가 생긴 것이, 도로개설 구간 중에 일부 주민들의 경작지로 이용되는 약 2만 2천 평방킬로미터의 토지를 은평구청이 한옥사업개발지구로 신청해 서울시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구청 측은 이 한옥마을 사업과의 연계문제는 밝히지도 않고 도로개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구청 측은 일단 확정된 사업이므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므로 우리는 도로개설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민들이 몸으로라도 막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나라나 다른 지자체를 보면 큰길을 줄이고 일부터 공원을 조성하고 산책로나 보행위주의 도로로 바꾸는 추세인데, 있는 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음을 구청측이 유념해달라고 주민인 나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