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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쭐대며 웃자란 나무, 동무 나무를 훼방

신경림, 나무 1 – 지리산에서
겨레문화와 시마을 15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나무 1 – 지리산에서

 

                                                  - 신경림

 

   (앞 줄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대한민국의 사실상의 국가 이념이자 교육이념으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라는 뜻이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따르면 홍익인간은 환인이 환웅을 인간세상에 내려보내면서 제시한 지침이었다고 한다. 또 《제왕운기》 전조선기에 따르면 환인이 환웅에게 삼위태백으로 내려가서 홍익인간 할 수 있는지 그 의지를 물었고, 그런 지시에 응하여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이어온 풍습을 보면 그 홍익인간을 충실히 따르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 예를 들면 24절기를 시작하는 ‘입춘’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이란 풍속이 있다. 또 섣달그믐에는 아이들이 풍물을 치고 다니면 어른들이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을 부대에 담아주는데 그렇게 걷은 곡식은 노인들만 있거나 환자가 있는 것은 물론 가난하여 명절이 돼도 떡을 해 먹을 수 없는 집을 골라 담 너머로 몰래 던져주었었던 ‘담치기’란 풍속도 있다. 모두가 더불어 살려는 ‘홍익인간’ 실천의 의지다.

 

여기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 <나무 1 – 지리산에서>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 훼방한다는 것을”이라고 말한다. 또 그런 나무를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이라면서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이라고 읊조린다. ‘홍익인간’ 사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