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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의 흐느끼는 소리, 가슴에 담아두어야

김수열, <기러기>
겨레문화와 시마을 16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기  러  기

 

​                                          - 김수열

 

   아비는

   저렇게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눈에 진물이 흐르고

   기억 저편이 흐릿해져도

   두 어깨 나란히 어린 식솔들 거느리고

   앞장서서 먼길 가야 하는 것이다​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고

   지나온 길 애써 지우며

   차갑고 먼길 가야 하는 것이다

 

 

 

 

내일 10월 8일은 24절기 열일곱째로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온 것이다. 《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4 역(曆)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라는 대목이 보인다. 이제 바야흐로 기러기가 오는 계절이다. 기러기가 습성상 짝짓기를 처음으로 한 암수는 한쪽이 죽어도 다른 기러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실이 좋은 새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는 목기러기가 등장한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가수 최양숙은 1971년 김민기가 작곡한 ‘가을 편지’ 음반을 청초한 목소리로 발표한다. 그리고 작곡가인 김민기가 이를 새로 녹음하여 1993년 자신의 음반에 싣는다. 가을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잘 표현한 명곡이다. 최양숙, 이동원, 최백호 등 많은 가수가 이 곡을 불렀지만, 김민기가 걸걸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는 외로움을 느끼며 가을 타는 남자의 마음을 담담하게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예전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라며 박목월 시, 김성태 곡의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가을에는 기러기를 노래한다.

 

그런데 여기 김수열 시 <기러기>에서는 <가을편지>나 <이별의 노래>에서처럼 감상적이지 않다. “아비는 / 저렇게 가야 하는 것이다 / 두 눈에 진물이 흐르고 / 기억 저편이 흐릿해져도 / 두 어깨 나란히 어린 식솔들 거느리고 / 앞장서서 먼 길 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아버지가 가야 할 길을 담담히 노래한다. 그러면서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고 / 지나온 길 애써 지우며 / 차갑고 먼 길 가야 하는 것이다”라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슬퍼도 눈물 흘리지 않은 채 가야 하는 아버지의 심경을 읊조린다. 아버지라면 그저 아쟁의 흐느끼는 소리를 가슴 속에 담아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