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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

김시천, <안부>
[겨레문화와 시마을 17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안  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이 글은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숙병이 쾌차했다 하니 기쁩니다.”라며 아직 병중이건만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처럼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정조 때 사람 한경(漢經)은 하진백(河鎭伯) 집안사람들에게 문안 편지를 보냈는데 하진백이 과거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에 있을 과거에서 급제했다며 미리 축하의 덕담을 보내고 있다.

 

이 밖에 명성왕후(明聖王后, 현종 비)가 셋째 딸인 명안공주(明安公主)에게 보낸 편지, 인선왕후가 숙휘공주(딸)에게 보낸 편지, 순원왕후가 김흥근(재종동생)에게 보낸 편지 등도 모두 이렇게 미리 좋은 일이 있다는 예견의 덕담을 했다. 다시 말하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미래의 기쁜 일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마침형(완료형)" 덕담 꼭 편지 속에 담았다.

 

그런데 여기 김시천 시인이 쓴 <안부>라는 시에는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라고 노래하고 있다. 또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라고 혼잣말을 한다. 굳이 마침형 덕담까지 하지 않아도 좋다. 내게 그 누군가가 안부 물어오기를 기대치 말고 김시천 시인처럼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내가 먼저 물으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묻는 안부가 받는 이에겐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