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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 사람, 조선시를 쓰리

정약용, <노인일쾌사 육수효향산>
[겨레문화와 시마을 17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興到卽運意(흥도즉운의) 흥이 나면 곧 뜻을 움직이고

   意到卽寫之(의도즉사지) 뜻이 이르면 곧 써내려 간다

   我是朝鮮人(아시조선인) 나는 조선 사람이니

   甘作朝鮮詩(감작조선시) 조선시를 즐겨 쓰리

 

   卿當用卿法(경당용경법) 그대들은 마땅히 그대들의 법을 따르면 되지

   迂哉議者誰(우재의자수) 오활하다 말 많은 자 누구인가?

   區區格與律(구구격여률) 구구한 그대들의 시격과 운율을

   遠人何得知(원인하득지) 먼 곳의 우리가 어찌 알 수 있으랴?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무려 50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는 다산(茶山) 정약용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유학자로, 실학자의 으뜸 인물이다. 위 한시는 다산 정약용이 쓴 <노인일쾌사 육수 효향산(老人一快事 六首 效香山)>의 한 꼭지로 다산이 노인의 한 가지 즐거운 일에 관한 시 여섯 수를 향산거사(香山居士) 곧 백거이(白居易, 중국 당나라 때의 뛰어난 시인)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1832년 지은 것이다.

 

《조선시대 한시읽기(한국학술정보)》에서 원주용 교수는 다산이 <척발위론(拓跋魏論)>에서, “성인의 법은 중국이면서도 오랑캐의 짓을 하면 오랑캐로 대우하고, 오랑캐면서도 중국의 짓을 하면 중국으로 대우하니, 중국과 오랑캐는 그 도와 정치에 있는 것이지 강토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 하여,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화이(華夷)의 개념과는 달리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절대적 권위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에서 다산은 “나는 조선 사람이니 / 조선시를 즐겨 쓰리”라고 강조한다. 이는 “조선시선언(朝鮮詩宣言)”으로 유명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시를 중국 문학의 예속에서 해방시키려는 다산(茶山)의 강한 주체의식(主體意識)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써 다산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중국시(中國詩)를 흉내 내지 않고 오로지 조선시(朝鮮詩)를 짓고자 했다. 이것은 바로 겸제(謙齋) 정선이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그렸던 뜻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